매일신문

[위기의 팔공산(하)]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훼손·난개발 차단 효율적 관리, 미룰 수 없는 선택 '국립공원'

대구경북의 영산 팔공산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공원화하든, 팔공산관리공단을 만들든 대구시와 경북도가 한시바삐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로봉 정상에서 군위 쪽으로 바라본 전경.
대구경북의 영산 팔공산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공원화하든, 팔공산관리공단을 만들든 대구시와 경북도가 한시바삐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로봉 정상에서 군위 쪽으로 바라본 전경.

팔공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등산로 훼손과 난개발의 위협으로부터 팔공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보존 및 개발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혼란스러운 팔공산 지명에 대한 통일성을 기하는 것도 두 기관의 몫이다.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 문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 여론이 불거진 직접적인 계기는 광주 무등산의 국립공원 승격이다. 환경부는 무등산을 올해 안에 국립공원으로 고시할 방침이다.

지역민들은 팔공산의 면적(125㎢)이 무등산(30㎢)보다 큰데다 각종 문화유산 등을 비교하더라도 팔공산이 무등산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무등산의 국립공원 승격을 계기로 팔공산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키자는 것이다. 팔공산 훼손과 난개발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도 국립공원 승격을 주장하게 된 배경이다.

이를 위해 최근 시민들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학계를 중심으로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과 관련한 토론회가 수차례 열렸다. 경북도의회도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정숙 경북도의원을 비롯한 10여 명의 도의원들은 내년 1월부터 공부 모임인 '자연공원생태연구회'를 구성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문제를 본격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서 도의원은 "대구시의원들과 조만간 만나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문제를 논의해 시도의회 간 공감대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팔공산의 자연생태계적 가치와 자연경관, 각종 문화재 및 문화적 가치 측면에서 무등산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전국 어느 국립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국립공원 승격이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홍종흠 팔공산 국립공원 추진위 공동대표는 "팔공산에 접해 생활하는 대구시민과 일부 경북도민들은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팔공산보다 못한 산들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있는데 오히려 국립공원 추진이 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팔공산 지주들과 상인들을 상대로 공청회, 촉구 결의대회 등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구가톨릭대 전영권 교수(지리교육과)는 "수려한 경관과 넓은 면적, 품격 높은 스토리 등을 감안하면 국립공원 지정은 어렵지 않다"며 "대구경북 상생 사업으로 선정해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이 팔공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팔공산 국립공원화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생산파급효과 2천159억원 ▷소득파급 효과 381억원 ▷부가가치 파급 효과 1천8억원 등 연간 총 3천5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천808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뜨뜻미지근한 대구시와 경북도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위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의 가장 큰 조건으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적극적인 협력을 들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황명규 경영기획실장은 " 대구시와 경북도의 적극적 협력과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 지지, 자치단체장의 강력한 추진 의지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두 기관은 현재까지 뜨뜻미지근하다. 대구시는 민간주도로 국립공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정도이고, 경북도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는 "국립공원으로의 승격을 위해서는 자연자원 보호도 중요하지만 시도 간, 주민 간 공감대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 두 광역단체의 역할이 긴요함을 인정했다. 태백산과 울릉도'독도가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연구원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대한 자체 연구를 실시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구 결과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대구시와 경북도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고, 반대일 경우 신중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국립공원 승격에 대한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조만간 시도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중론도 만만찮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관리권 및 도시계획권 등을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넘어줘야 하는 탓에 대구시와 경북도가 팔공산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장기적으로 지역민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경우 둘레길 조성 등 시도민들을 위한 작은 권한조차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 팔공산 일대의 땅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게 돼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할 사항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팔공산관리공단 등을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가 제각각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통일성을 갖고 관리할 수 있으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시도민들을 위해 팔공산을 활용할 수 있어 차선의 선택이 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무등산이 국립공원이 됐다고 해서 팔공산도 승격돼야 한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며 "오히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후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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