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길을 아십니까?'
안동에는 유명한 음식이 여럿 있지만,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간고등어다. 기름이 뚝뚝 떨어지도록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지만, 예전에는 밥상에 오르기까지 숱한 사람들의 땀과 애환이 배어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변변한 교통수단이 없던 시절, 상인들은 고등어 상자를 지게에 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200리(80㎞)가 넘는 길을 이틀 만에 주파해야 했다. 그렇게 운반된 고등어는 상하기 직전 소금 간을 통해 최상의 맛을 내는 특산품으로 바뀌게 된다. '산에서 나는 고등어'라는 역발상의 콘셉트는 옛사람들의 지혜와 노고가 합해져 탄생한 것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에도 한국의 영덕~안동에 이르는 여정과 똑같은 '고등어길'이 있다. 일본 말로는 사바카이도(鯖街道)라고 하는데, 그 무대는 우리나라 동해에 접한 후쿠이(福井)현의 남쪽 항구도시인 오바마(小浜)에서 예전 수도였던 교토까지 이르는 길이었다. 짐꾼들은 70㎏이나 되는 고등어를 등에 지고 날랐는데 고통스럽고 힘든 여정이었다. 사바카이도의 전체 거리는 100㎞에 가깝지만, 강과 호수에서는 배로 운반했기에 육로만 보면 영덕~안동 거리와 비슷하다. 운반하기 전에 고등어를 소금과 식초로 간을 하고 해조류에 말아 상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이 간고등어는 운반하는 동안 숙성돼 나름의 맛과 풍미가 더해지면서 '시메사바'(締鯖'고등어회)라는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됐다. 대구에서도 시메사바를 내놓는 음식점이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동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운반'유통하고 브랜드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사바카이도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현재의 와카사정(若狹町'정은 일본의 최하위 자치단체)에 있는 구마가와(熊川)라는 역참 마을이다. 150년이 넘는 목조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 '국가 중요 전통건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된 이 마을은 기타가와 강의 상류에 위치한 고등어길의 출발지였다. 이곳에서 만난 와카사정 공무원들은 "한국과 일본에 똑같은 고등어길이 있는데 그 후손들끼리 만나 행사를 열면 의미가 클 것"이라며 자치단체 간 교류를 희망했다. 그들의 소망이 이뤄진다면 '신(新)고등어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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