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트남과 中, 2700년 애증의 역사

방대한 사료 분석 재구성 베트남 입장서 본 연구서

베트남과 그 이웃 중국/ 유인선 지음/ 창비 펴냄

베트남에 있어서 중국은 우리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더 운명적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의 역사를 '제대로' 전공한 대표적인 학자인 유인선 전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베트남과 중국이 2천700여 년에 걸쳐 벌인 갈등과 협력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기존의 연구서가 중국 중심이었다는 한계에서 벗어나 베트남의 입장에서 쓴 역작이다.

이 책은 특히 건국기부터 중국과 영향을 주고받은 베트남인들이 중국 역대 왕조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해 왔는지를 중국과 베트남의 정사를 비롯한 방대한 사료와 기존 연구 자료들을 분석해 재구성한 정통 베트남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30여 년에 걸쳐 베트남 역사 속을 여행한 저자의 학문적인 성과물이다.

지리적으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 자리하지만 한국과 같은 한자문화권에 속하며 오랜 시기에 걸쳐 한국 다음으로 크게 중국문화를 받아들인 나라다. 또 한국처럼 끊임없이 중국의 간섭과 지배, 침략을 받으면서도 중국에 동화되지 않고 나라를 유지한 대표적인 나라다.

이런 환경에서 베트남은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 대한 조공을 통한 우호선린관계와 침략에 대한 단호한 저항정책을 함께 구사하며 독자적 생존을 꾀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책은 이 같은 베트남 역사에서의 중국에 대한 양면성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그 바탕에 베트남의 중국에 대한 대등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근대 시기 내내 베트남은 실리와 국가적 자존심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보여왔고 그 전통은 현대의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는 것처럼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싫든 좋든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공생을 모색해야 하는 나라다. 천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다 독립했고 프랑스와 미국과의 전쟁 속에서도 그들의 후원자 역할을 맡았던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은 베트남의 역사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 책은 전체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중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독립국을 건설하는 10세기까지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2부는 독립왕조 성립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다룬다. 이 시기 동안 베트남은 중국과 여러 차례 충돌이 있었지만 독립국가를 유지했다. 중국의 끊임없는 동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중국이 만들어 놓은 세계질서에 편입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독자노선의 길을 고수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주변 국가들을 하부 구조에 두는 베트남 독자의 소세계질서 체제를 유지하기도 했다.

3부는 프랑스 지배에 들어간 시기부터 2차대전, 인도차이나전쟁, 베트남전쟁, 중월전쟁을 중심으로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베트남과 중국은 이 시기에 후원자와 피후원자의 관계에서 적대국이 됐다가 다시 동등한 관계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베트남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동남아권 영향력 확대의 최대 걸림돌 역할을 했다. 그 갈등 요인은 월-중 관계의 불안요인으로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

536쪽, 3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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