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항일의 피 물려받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

"1876년에서 1945년에 이르는 약 70년간의 민족운동사에서 그 첫머리 15년을 제한 나머지 55년은 대일투쟁의 역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근대 민족운동사를 대일항쟁사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조지훈의 '한국민족운동사' 중에서, 1964년)

1920년 오늘 경북 영양 주실마을에서 태어난 동탁(東卓'본명) 조지훈은 1968년 5월, 48세의 짧은 생을 마칠 때까지 일제 강점하 그리고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시대에 절반씩 살며 저항과 지조로 일관한 선비였다. 저항의 피는 집안 내력인 듯했다.

의병장으로 일제 강제합방에 증조부(조승기)는 자결했고, 할아버지(조인석)는 6·25전쟁 때 인민군에 저항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1운동에도 참여했고 제헌 국회의원을 지낸 한의학자 아버지(조헌영)는 제헌의회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강력히 추진했고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활동했으나 6'25전쟁 때 납북되는 운명을 맞았다.

박두진·박목월과 함께 청록파 시인인 그도 항일의 피를 이어받았다. 16세(1936년)에 상경, 조선어학회를 알게 돼 '큰사전' 편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1942년 최현배·이희승 등 33명의 인사가 검거된 조선어학회사건 소용돌이 땐 낙향했고, 광복 후엔 한글학회 국어교본 편찬원으로 복귀한 국문학자였다.

정인열<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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