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스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국의 젊은 검사들을 모아놓고 했던 말이다. 그 당시 모임 분위기로는 다분히 조롱 섞인 표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랑스럽다'나 '자랑스럽다'에 쓰이는 '스럽다'가 아니었다.
'검사스럽다'의 '스럽다'는 뭔가 행동거지가 검사라는 직책에 부정적으로 걸맞아 보인다는 비아냥이 묻어나는 표현이었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이 변호사를 지내면서 법정 싸움의 대상으로 수없이 맞닥뜨렸던 적대적 존재가 검사였고 그런 추억 또는 기억 속에 '검사스러워' 보인 일부 검사들의 추한 이면을 겪고 보면서 멸시적 감정이 쌓였을지 모른다. 그런 켜켜이 묵은 감정과 '나는 너희들이 무엇을 꾸미고 누렸는지를 안다'는 자신감 내지 반발심이 검사들을 앉혀놓고 '검사스럽다'는 비아냥을 던질 수 있었던 뱃심으로 나타났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검찰이 보여준 하극상과 자중지란의 추태는 '노무현 스타일'로 표현하면 정말 '검사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세계적으로 가장 파워가 세다는 도쿄 검찰도 한국 검찰처럼 무소불위의 힘을 부린다. 그러나 그들의 법률적, 정치적 파워의 뿌리는 청렴과 냉철하고 중립적인 수사에서 얻어진 권위에서 나온다. 따라서 우리처럼 '권력의 시녀'란 비판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어느 부장검사의 자아비판처럼 '떡검'이니 '색검'(色檢)이란 조롱도 들을 일이 없다. 국력지표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있다는 한국 검찰이 '떡검' '색검'이란 조롱을 듣는 '검사스러운' 검찰로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번 검찰총장 퇴진 싸움도 속내를 보면 국가 법질서를 위한 충정이나 법치 수호를 위해 외풍과 맞싸운 정의로운 투쟁이 아닌 집안싸움이었다. 뇌물(떡) 먹은 고참 '떡 검사'와 여성 피의자와 집무실에서 바지 벗은 신참 '색 검사'의 뒤치다꺼리 하다가 터진 집안싸움이 발가벗겨진 사안인 것이다. 경찰이 떡 먹은 부장검사 부패 비리를 수사하자 특임검사까지 내세워 수사를 가로챈 것도 고양이에게 도둑맞은 생선 수사를 고양이가 나서서 맡겠다는 꼴이었다. 자기 조직보다 힘 약한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방해 내지는 가로막아 검찰 비리를 축소해보자는 의심을 초래한 독선이 아니고 무엇인가.
30대 신참 '색 검사' 수사도 '즉각 파면'은커녕 법조문만 따지며 영장 기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법 감정은 아랑곳없다. 검찰의 상징적 포청천 격인 중수부장은 후배 떡 검사가 '계속 부인할 수만은 없고 (기자들에게) 어떻게 하지'라고 묻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대답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강하게 대처하세요'라는 '코치'까지 해줬다. 진정한 법 수호자라면 '사실대로 다 말해라'라고 코치했어야 했다.
포청천이 범법 피의자에게 법 피하는 수법을 가르쳐준 거나 크게 다를 게 없다. 이게 무슨 검찰인가. 그러고도 2천 명 검사 조직에 차관급은 50명이나 된다.(경찰은 10만 경찰에 차관급은 청장 단 1명이다.) 너도나도 감투만 덮어쓰고 떡검, 색검 소리나 듣고 있으니 권위가 설 리 없다. 몇몇 꼴뚜기 같은 '…스러운 검사'들 탓에 절대다수 '…다운 검사'들의 심기도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어제 대선 후보들이 잇달아 검찰 개혁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타율적(他律的) 지배를 자초해버렸다. 스스로 시녀가 돼버린 거다. '…스러운 ' 집단은 검찰 말고도 또 있다. 이른바 좌파 성향 정치집단이다. 진정한 좌파다운 좌파는 유럽의 좌파정치 그룹처럼 보수에 대응하는 건전한 진보적 노선을 지향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부 좌파 세력은 '정치인다운 정치인' '좌파다운 좌파'가 아닌 '좌파스러운 좌파'의 행태만 보이고 있다. 문재인 후보 추종 유세에서 '병× 같은 놈들'이니 '보수 정당이 집권하면 자살과 살인이 늘어난다'는 막말이 난무했다. 문 후보 멘토단 소속 만화가는 태극기를 일장기처럼 그려내는 등 그야말로 '…스러운' 짓거리를 예사로 저지른다. 일부 극성 좌파의 무교양, 전투적 한풀이 막장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화로운 민주 사회는 '…스러운 사람들'보다 '…다운 사람들'이 더 많아야 건강해진다. 이번 대선은 그런 사회로 가느냐 못 가느냐를 선택하는 결단의 축제가 돼야 한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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