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매한 안철수, 어떻게 돕겠다는 건지…

'지지 선언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캠프 해단식이 아니라 두 번째 출정식 분위기였다.'

3일 오후 열린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선거캠프 해단식이 끝난 직후 나온 정치권의 반응이다. 이날 안 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다시 밝혔으나 내용과 형식이 지난달 23일 후보 사퇴 당시의 발언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 후보 지지 선언보다 자신의 '정치적 홀로서기'를 강조한 연설이었다는 평가다.

안 씨는 이날 "지난 11월 23일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 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제 단일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는 20초 남짓한 게 전부였다. 나머지 대부분의 연설 시간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정치 행보를 할지에 할애했다. 이와 관련, 안 씨의 유민영 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어떤 조건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정권 교체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번 더 밝힌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단일 후보로서 문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안 씨가 이날 던진 메시지만으로는 현재의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후보는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이날 안 씨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문 후보를 지지할지에 관심을 쏟았다"며 "문 후보 측에서는 박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는 현재의 대선 정국을 뒤집으려면 안 씨의 '고강도 지지 선언'이 있어야 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안 씨의 연설문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간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문 후보를 돕겠다'는 발언보다 '정치적 홀로서기'를 선언한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이미 안 씨가 '안개 화법'을 쓸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메시지만으로는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야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문 후보 캠프는 '선거법 제약 등을 감안하면 지원 발언을 할 만큼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고, 새누리당 측은 우려했던 '적극적 지원'이 나오지 않아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다.

문 후보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새 정치와 정권 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안 후보의 말씀에 감사드린다"며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했던 발언을 상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뜻을 받아달라'고 말씀하신 것에서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에서는 안 씨가 이날 문 후보를 지지했다기보다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데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문 후보에 대한 성의만 표시했다. 이 정도로는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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