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밋밋한 安心… 흔들리는 '野心'

[올바른 선택 2012] 대선 D-15 지역 판도변화

18대 대선에서 최대 변수였던 '안철수 바람'이 사라지면서 대구경북 대선 판도 구역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여야의 구태 정치 속에서 새 바람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안철수의 사퇴와 그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면서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다시 느끼는가 하면 지역의 특성상 지지자 상당수가 여권 지지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

새 정치를 들고 대선 후보로 나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거침없이 누르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안철수의 '위력'은 생각보다 컸고 정치권은 긴장했다.

대세론을 굳혀왔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역전패당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픔을 반복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또 대선 승리의 불씨가 약해보였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안 씨와의 단일화 효과를 누리며 선거전을 '박빙'의 구도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돌연 안 씨가 야권 단일화를 앞두고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대구경북의 '대선 구도'는 다시 안 씨의 출마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 안 씨의 방관자적인 '단일 후보' 지지 선언은 그를 지지하던 이들을 부동층과 여권 성향으로 만들어냈고 새누리당 박 후보는 지역에서 문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특히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3일 캠프 해단식에서 안 씨가 '단일 후보 문재인을 성원해 달라' '지지자들이 제 뜻을 받아 주실 것'이라는 밋밋한 지지 선언만 하면서 그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대거 이탈하는 양상이다. 물론 앞으로 안 씨가 문 후보 지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지만 위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씨 등장으로 민심의 이반 현상(?)이 일어났던 대구경북의 표심은 완전히 새누리당 텃밭으로 바뀌는 분위기이다.

13대 대선 이후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민자당 후보를 빼고 20% 이상 득표를 한 후보는 1987년 김영삼 후보 (24%)가 유일하다. 이후 14대 때는 정주영 후보가 19.3%, 지난 17대 대선 때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회창 후보가 18.5%를 득표한 것이 그마나 가장 높은 성적이다.

반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항상 70%를 넘나드는 몰표를 받아왔다. 15대와 16대 대선 때는 72.6%와 77.7%를 받았고 지난 대선 때는 6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 씨 등장으로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대선 후보 출마 선언 이후 대구에서도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때문이다.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한 직후인 9월 27일 본지의 여론조사 결과 안 씨는 3자 대결에서 30.3%,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37.9%의 지지율을 보였다. 15대 대선 이후 개표 결과는 물론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나 한나라당 후보를 빼고 대구경북에서 3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인 후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안 씨가 사퇴 이후 박 후보 지지세는 다시 예전으로 확연히 돌아가고 있다.

3일 본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68.4%(문재인 17.8%)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지역에서 13%에 이르는 부동층이 남아있지만 지역 정서를 볼 때 이들이 문 후보 지지층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대구경북 30% 득표를 목표로 잡았지만 안철수가 사라진 대선판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확실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꽁지를 내린 안철수가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먹는 이유다.

이재협 정치부장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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