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산업단지 클러스터사업 다시 생각한다

얼마 전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저녁자리에서 기업 대표 한 분이 건배 제의를 했다.

"저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의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는 의미로 '소화제'를 건배사로 하겠습니다. 소화제!"

이 한마디가 클러스터사업과 대비되면서 그날 저녁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산업화와 산업단지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2012년 2분기 현재 우리나라에는 41개의 국가산업단지와 484개의 일반산업단지를 포함해 전국에 973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산업단지에는 7만4천 개의 기업과 180여만 명이 일하고 있다.

2012년 상반기에만 생산 535조 원과 수출 2천139억 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산업단지의 효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1964년 시작된 국가산업단지조성법에 의한 구로공업단지 건설을 시작으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970년대 들어 창원기계공업단지, 울산 중화학공업단지, 구미 전자공업단지 등이 건설되어 본격적으로 수출 중심의 산업정책이 추진되었고 1970년대 중반 이후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이 시행되면서 1990년대까지 한국 경제는 비약적 고도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산업단지는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 이후 국가 경제의 개방화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등이 급격하게 진전되면서 토지, 노동, 자본 등 기존의 요소투입형 발전전략은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기존의 요소투입형 생산중심의 산업단지를 지식과 기술의 창조와 혁신이 선순환 하는 산업단지로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였고, 이것이 바로 정부가 산업단지 클러스터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시행해온 산업단지 클러스터사업은 기업, 대학, 연구소, 지원기관 등의 다양한 혁신주체들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모여 지식과 정보, 기술교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호협력을 통해 기업 애로과제를 도출하고 해결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산'학'연'관 혁신 주체들이 상호 교류와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화합과 협력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산업단지 클러스터 운영 모델이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는 '소화제'와 너무도 닮았지 않은가?

산업단지 클러스터사업의 그동안 사업 실적과 성과를 보면 사업에 참여한 산업단지의 생산과 수출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전국의 타 산업단지와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산'학'연 협력 강화와 기업의 R&D 역량 강화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국내외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지역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클러스터정책은 서구 사회의 그것과 비교할 때 역사적 배경이 너무나 짧다. 더구나 기업과 대학 간의 강력한 상호 교류를 통하여 장기간에 걸쳐 지역산업이 진화적으로 발전하였고 이에 따라 특정산업 부문을 글로벌화 한 경험을 공유하는 외국의 혁신클러스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클러스터는 중앙정부 주도로 특정 산업을 발전시키는 전략으로 활용되어 지역산업과의 연계 관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전했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클러스터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지역 균형이 강조되었던 당시와는 달리 성장이 중요한 정책목표가 되었다. 더구나 최근 심화한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저성장은 수출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에는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산업단지 클러스터사업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중심의 하향식 정책에서 내년부터 시작하는 3단계 사업기간에는 민간 중심의 상향식 클러스터사업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혹시라도 정략적 판단으로 지금까지 추진해온 클러스터사업의 정책적 성과가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 8년간의 사업추진을 통해 지역과 기업에 뿌리내리고 있는 클러스터사업이 굳건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클러스터사업을 통한 기업과 지역의 체질개선 작업이 먹구름처럼 답답하게 덮여 있는 오늘날의 경제상황과 어려운 기업환경을 깨끗이 걷어치우는 소화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장현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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