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만 해도 외국여행을 하다가 우리나라 기업광고 간판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곤 했다. 세계 곳곳에 우리나라의 힘을 알리는 그 기업들이 자랑스러웠다. 이들 기업들은 정부의 적하정책(滴下政策)으로 성장했다. 적하정책이란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라는 뜻으로 대기업에 먼저 투자 증대하는 것이 총체적인 국가의 경기를 자극해 경제발전과 국민복지가 향상된다는 정책이다. 이제 그 재벌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여전히 우리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경제연구소 '21세기 한국기업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2000대 기업의 매출액은 2000년 815조원에서 2010년 1천711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 2000대 기업들의 성장에 기뻐하는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대학 도서관에 가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 젊은이들의 아우성, '고용 없는 성장'이다.
그 10년 동안 2000대 기업의 일자리는 156만 명에서 161만 명으로 2.8%밖에 늘지 않았다. 눈부신 기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고용이 늘지 않는 원인은 성장과 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 바람직한 고용은 기업성장에서 나온 과실을 사회경제적으로 분배하는 상생의 연결고리다. 아직 더 배고프다고 외치는 대기업의 이기심은 더 이상 이국에서 마주치는 그 기업 간판에 가슴 떨리게 하지 않는다.
기업 전문가들은 '인간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수명은 줄어든다'라고 말한다. 그 까닭은 기업은 인간사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명이 연장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질, 즉 생성력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기업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합리적 경제인이라면 이기적으로 행동하라고 주장했던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논리로는 기업의 수명을 더 이상 연장시키지 못한다. 그러한 이유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부각된다. 국민의 응원과 박수를 받는 한국 대표기업이 되기 위해선 생산성 향상이란 구호 아래 뭉그러진 '고용 있는 성장'의 깃발을 다시 휘날려야 할 때다.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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