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의 고물차 15인승 총알콤비(미니버스)가 남아공의 사바나를 시속 150㎞로 질주하다가 국경을 넘어 모잠비크 땅에 들어서면 속도는 뚝 떨어져 엉금엉금 기어간다.
길바닥이란 게 크고 작은 구덩이들로 촘촘히 이어져 있어 미니버스는 지뢰밭을 기어가듯 요리조리 피해가야 하는 것이다. 비릿한 갯마을 냄새가 차창으로 스며들면 도로사정이 한결 좋아진다. 이 나라 수도 마푸토가 가까워 온 것이다.
◆피를 부른 내전의 상처
인도양을 끼고 길다랗게 누워 있는 마푸토는 한국전쟁 직후의 서울거리를 연상시킨다. 포화로 무너진 건물, 지저분한 판자촌, 넘치는 하수도…. 해안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20층이나 되는 고층건물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우뚝 솟아 있지만 유리창이 하나도 없고 건물 주위는 잡초가 정글을 이루고 있다. 내전 중 불타거나 포격으로 부서진 흔적도 없이 멀쩡한 외관에 텅 빈 고층건물이라니….
1975년 이 나라가 피를 부른 독립투쟁 끝에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할 즈음, 고층 호화 호텔을 거의 다 지어놓은 포르투갈인 호텔 주인은 방마다 수도관과 하수관에 시멘트 몰타르를 쑤셔넣어 버리고 제 나라로 도망을 쳤다. 외관상 튼튼한 신생우량아가 치유할 수 없는 동맥경화로 사망한 꼴이 되고 말았다.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 인도양에 접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잠비크는 남한 면적의 8배나 되는 기름지고 넓은 국토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잠베지 강, 림포포 강을 비롯하여 많은 강이 이 나라를 적시며 인도양으로 빠져나간다. 강우량도 많아 농산물이 풍성하고 앞바다는 세계적인 어장이다.
◆세계 최빈국, 곳곳엔 지뢰
유럽의 열강들이 검은 대륙을 갈가리 찢어 먹을 때 포르투갈이 이 나라를 삼켰다. 그후 포르투갈과 남아공의 지원을 받은 반정부 무장세력이 득세하며 이 나라는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포르투갈이 한 세기에 걸쳐 구축해 놓은 사회간접자본이 파괴되며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소련이 와해되며 정부도 공식적으로 공산주의와 작별을 고하고 1994년 10월에 성공적으로 총선을 치른다.
17년 내전에 종지부를 찍고 레나모가 정권을 잡으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개방정책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 이 나라의 경제상황은 경제라 일컬을 정도의 수준도 못 되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가 됐다.
국가의 신경조직인 통신은 마디마디 단절되었고, 교량은 끊어지고, 도로는 구덩이투성이고, 길옆에는 부서진 탱크가 나뒹굴고 있다. 아직도 이 나라엔 200만 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어 숲으로 들어가던 농부가 다리를 날려 버리기 일쑤다.
◆길바닥엔 돈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경제적인 잠재력은 동부아프리카에서 가장 크다. 흑단을 비롯한 고급 산림자원에 풍성한 캐슈넛, 코프라와 차, 그리고 무진장한 지하자원과 2천500㎞나 되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인도양엔 고기 떼가 우글거린다.
외국투자가들이 이 나라에 선뜻 발을 들여 놓지 못한 것은 아직도 내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데다 사회간접자본이 빈약하기 짝이 없고, 치안상태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야말로 모험심에 가득 찬 기업가가 뛰어들어 기선을 제압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엄청난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세계 오일 기업들이 지사를 내고 본격 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활기를 띠고 있다. 떠돌이 여행자의 눈에도 모잠비크 길바닥엔 돈이 깔려 있다.
포르쿠기쉬 피가 섞인 30대의 흑인 사업가 안톤은 이렇게 말했다. "미스터 도, 코리아에 돌아가 중고 미니버스 30대만 갖고 와요. 돈을 긁어모아 줄 테니까."
아프리카 구석진 나라에도 악착같은 한국인들이 들어와 있다. 현재 80여 명의 교민이 상주하고 있다.
글'사진 도용복 오지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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