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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기부문화 중심도시로] '1억 기부'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6명

매일신문-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신홍식(59) 사단법인 아트빌리지 대표는 지난 9월 대구에서 5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이 됐다.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이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들만 가입하는 모임이다. 신 대표는 자신의 기부 사연이 매일신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신 대표는 "주변에서 '신문에서 봤다'며 기부 사실에 관심 가지는 분들도 많다"며 "저의 기부를 계기로 적게나마 기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나타나 기부를 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구의 기부문화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거액을 기부해 대구의 기부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사람들도 있다. 대구지역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6명이 그들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이 가입하는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는 5일 현재 전국에서 181명이 가입돼 있다.

대구지역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숫자는 다른 시'도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다. 울산의 경우 인구는 대구보다 적지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16명이며, 경북 또한 7명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올해 대구는 4명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배출했다.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 돌려주고 싶다"

대구의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원들은 "지금의 사회적 위치에 오기까지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이제 돌려줄 때가 됐다고 생각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구지역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은 2010년 온누리 대학약국 이수근(64) 대표의 가입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할 때 그 사실을 자신의 부인에게도 숨겼다. 이 대표는 "저는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평화큰나무복지재단 김상태 이사장은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지금의 위치에 온 것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제가 속한 이 사회의 도움도 컸다"며 "'형편이 된다면 제가 모은 재산 일부를 유익한 곳에 써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은 "저의 기부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걸 보는 게 기분이 매우 좋다"며 기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기부하고 후회한 적 한 번도 없어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원 백승희(47) 사랑모아신경통증클리닉 원장은 "환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제가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이라는 걸 아시고는 '좋은 일 하시는 의사선생님'이라며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런 말들을 때면 '아, 내가 기부를 한 건 잘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원 6명 모두 기부를 한 뒤 오히려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의료계에도 기부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올 5월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이 된 백 원장은 "비록 기부를 통해 물질적인 재산은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재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삶 속에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1억원 기부를 통해 20억원의 재산이 생긴 느낌"이라고 했다.

강상대(60) 미래여성병원 원장 또한 1억원을 기부하면서 오히려 돈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다들 '좋은 곳에 기부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노후문제, 자녀문제 등으로 시원하게 결정하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기부하고 나면 그런 걱정들은 다 사라진다"고 했다.

◆기부문화 확산, 지역민들의 결단 중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은 대구가 기부문화 중심도시가 되려면 언론의 역할과 지역민들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승희 원장은 "복지시설 등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나 적게나마 꾸준히 기부하시는 분 중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다"며 "이런 분들을 언론이 고정적으로 계속 소개해서 기부가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렸으면 한다"고 했다.

김상태 이사장은 "언론이 해외의 기부문화 현황이나 교육방식 등을 알려 기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부가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수근 대표는 "사회에서 어느 정도 혜택을 받았다고 느낀다면 단돈 1천원이라도 사회를 위해 나눌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라며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1천원부터 시작한 뒤 형편이 닿는 대로 조금씩 늘리면 된다"고 했다.

강상대 원장은 "대구 사람들이 기부에 대한 마인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구의 기부문화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부의 장점을 알려나가면서 동반자의 마음으로 참여를 유도한다면 자연스럽게 기부문화 붐이 일 것"이라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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