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감독 마틴 스코시즈가 1983년에 만든 영화 '코미디의 왕'은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기를 꿈꾸었던 사회 부적응자를 통해 인간의 소외와 물질문명의 위선을 다루었다. 자신이 코미디에 재능이 많다고 여기는 과대망상증 환자가 인기 코미디언을 납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져 무대에 서게 된다. 관객은 '킹'이라는 예명으로 등장한 그가 곧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펼친다. 그는 영화 속에서 "평생을 얼간이로 사느니 단 하룻밤이라도 왕처럼 살겠다"고 말한다.
대중문화 스타이든 스포츠 스타이든 한 분야의 1인자, '왕'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을 펼치는 스타에게 팬들과 언론은 그 이상의 화려한 별명을 붙이고 자연스럽게 공인된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축구 황제' 펠레, '홈런왕' 베이브 루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등은 별명에 걸맞게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황제' '제왕' '왕' 등의 별명은 재능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며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별명의 주인공을 놓고 다투는 경우도 생긴다.
세계복싱평의회(WBC)가 무하마드 알리에게 '복싱의 왕'(King of boxing)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4일 멕시코의 칸쿤에서 열린 WBC 총회에서 알리는 전'현직 복서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 세계 헤비급 챔피언인 비탈리 클리츠코가 건네주는 왕관을 머리에 쓰는 대관식을 치렀다. 팬이나 언론이 별명을 붙이는 경우는 많지만, 권위 있는 스포츠 기구가 공식적인 상 외에 칭호를 부여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이채롭게 느껴졌다.
복싱에는 알리 이외에도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했다. '갈색 폭격기' 조 루이스, '복싱 천재' 슈거레이 레너드,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 '링의 백작' 알렉시스 아르게요, '세기의 복서'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등 헤아릴 수 없다. 61전 56승 5패(37KO승)의 전적에 세 차례나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던 알리는 찬란한 업적도 업적이지만 이 선수들을 뛰어넘어 링 밖에서도 위대한 면모를 보여 '복싱의 왕'이 됐다. 그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항의하고 파킨슨병을 앓는 불편한 몸을 이끌며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알리는 남다른 삶의 여정을 걸어온 끝에 또 하나의 승리를 거두었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