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문재인 대선공약 비교] 朴 "재벌 부작용만 개혁"-文 "재벌 해체로 정의 실

경제민주화 공약

'경제민주화'라는 큰 화두는 이번 대선 후보 '빅2'의 공통 공약이다.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어렵게 들리지만 '선거에서 부자와 빈자의 1표가 같은 무게인 것처럼 경제에서도 빈부의 격차를 줄이자'고 풀어쓸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그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재벌 개혁보다는 불공정 거래를 없애자는 쪽이고, 문 후보는 말 그대로 재벌 개혁을 통한 경제정의 실현에 의지를 보인다.

◆박근혜, 불공정 제재에 집중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시장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약자를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에 집중한다.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국민적 공감대가 작은 정책은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것은 재벌을 크게 손볼 경우 돌아올 부작용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모험보다는 안전한 행로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 후보는 "대기업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3대 원칙은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돕는다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거나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한 정책은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잘못된 점 반드시 조치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우선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기업과 직장인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신 대기업의 증권'보험'카드 계열사가 자산 규모나 시장지배력이 일정 조건을 넘으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비금융계열사와 칸막이를 치도록 금산분리를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이 방안대로라면 삼성그룹은 생명, 전자, 카드 사이에 얽힌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지분 한도를 현행 15%(특수관계인 포함)에서 10%(금융계열사 단독)로 낮추고, 앞으로 5년 동안 추가로 1%포인트씩 낮춰 최종 5%로 묶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현행 9%)도 4%로 낮춘다.

박 후보는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방안을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이 내놓았지만 공약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대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등에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사면권도 엄격히 제한한다.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이 숙지지 않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일부 개방, 조달청이나 중소기업청, 감사원 등도 고발권을 가지도록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재벌의 현행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경제민주화 후퇴'를 지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대기업집단법'도 공약에서 빠지고 여기에 해당회사 지분조정명령과 주요 경영진의 급여보상내역 개인별 공시도 '없던 일'이 되면서 경제민주화 공약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출자총액제 제한 통한 재벌 해체

박 후보와 차별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핵심은 재벌정책이다. 박 후보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보다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문 후보는 재벌개혁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문 후보는 4일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에 대해 제대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그 점에 크게 반성하면서 다음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선 문 후보는 지난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출자총액제도는 한 기업이 순자산의 일정비율을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아 온 대기업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문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벌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신규출자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3년 내 해소를 주장하고 있다. 기존 출자분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자는 박 후보와 구별되는 대목이다. 재벌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네 빵집까지 파고들어 서민들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는 재벌들의 그릇된 상도의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도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확보하기 위해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적정수준으로 완화할 것"이라며 "재벌들이 깨끗한 부를 추구하도록 담합, 납품단가 부당인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도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 정책과 관련해서도 강력한 재벌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 저축으로 형성된 자본력을 대기업이 사사로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선 재벌 때리기가 너무 과도할 경우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하고 있다. 국가대표 기업들에 대한 견제 과정에서 적절한 수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또한 일자리정책과 관련해서도 공공부문 고용규모를 지나치게 크게 잡고 있어 국가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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