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게 없다'는 여자 3호는 변호사 출신답게 엄청 말을 잘한다. 여자 3호는 토론에 약하면서도 사랑을 받는 여자 1호가 밉다. 무자비하게 여자 1호를 물어뜯으면서도 남자 2호와는 은근히 손잡고 싶다. 남자 2호는 다른 남자에게 관심이 있다. 하지만, 남자 2호도 그 남자가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남자 2호는 합리적인 보수, 중도 진보를 표방하는 그 남자가 혹시 여자 1호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닌지 애간장이 탄다. 남자 2호는 5일에도 서울 용산에 있는 그 남자의 집을 찾아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남자 2호로 불렸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고민이 크다. 그 남자 철수 씨가 '이제 단일화 후보는 문재인'이라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후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칫 민주화 이후 첫 과반 지지를 받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11월 30일~12월 1일) 매일신문을 비롯한 전국 지역 대표 신문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한국 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40.4%)은 박근혜(45.3%)에게 밀리더니, 여자 3호 이정희가 난장판으로 만든 TV토론회 이후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5일 동아일보, R&R 의뢰)에서도 단순지지도(박 43.5%, 문 40.2%)나 투표 확실층 대상 조사(박 47.8%, 문 39.2%)에서나 박 후보에게 리드당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는 절반 넘는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 국민은 대선 때마다 간절히 바라는 큰 흐름 하나를 보고 찍었다. 민주화를 바랄 때는 7전 8기의 정치인 김대중을, 서민을 위한 정책이 필요할 때는 노무현을, 샐러리맨들의 꿈을 이루고 싶을 때는 이명박을 뽑았다. 이제 유권자 상당수는 큰 변고가 없는 한 21세기에는 여성 대통령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로 흐르고 있다. 남은 13일 동안 양 수(실수와 철수)가 변수라고는 하지만, 남자 2호 문재인의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문 후보를 지지하는 2030 에코 세대(1천548만여 명)보다 5060 베이비부머 세대(1천622만여 명)의 표가 74만여 표나 더 많아졌다. 게다가 안철수의 사퇴로 선거 당일 놀러 가겠다는 젊은이는 더 많아졌고, 베이비부머들의 투표율은 2030 에코 세대의 투표율보다 더 높게 나온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박근혜를 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문제의 일단은 후보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주군(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할 사람이 아니야"라고 분류됐던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적대적이고 모멸적인 현실 정치를 변화시키고 싶은 간절함에서 정치판에 뛰어들었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같았는지 따져보자. 첫째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고 난 직후 용광로 정치를 강조했다. 대통령이 되면 내 편, 네 편 따지지 않고 다 끌어안는 용광로 정치를 하겠다고 해서 어떤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국립현충원 방문에서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지 않고, 패 가름을 했다.
둘째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 조건을 정하라고 다 위임하고는 철수 씨가 내거는 조건마다 이건 안 된다, 저건 안 된다고 반대했다. 다 양보하겠다고 해놓고선 '맏형'답지 못한 행동을 고집하다가 결국 판을 깼다.
셋째는 구럼비 바위가 훼손된다느니 안보가 어쩌느니 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선 강원도 유세에서는 세계적인 환경보호 지역인 비무장지대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용 크로스컨트리 시설을 북한과 공동으로 짓겠다고 공약했다. 표를 의식한 일관성 없는 공약을 남발했다.
특전사 출신으로 대한민국 남자를 한때 내세우기도 했던 문재인 후보라면 박근혜 후보의 15년지기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급사했을 때도 당연히 문상 가서 용광로 정치를 구현하는 모습과 따뜻한 인간미를 보였어야 했으나 보좌관만 보냈을 뿐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봉하마을에서 조문을 차단당한 박근혜와 아예 가지도 않은 문재인, 누가 더 어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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