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박정현 세무회계사무소 '화로돈'

한약재'과일 넣고 숙성 돼지갈비 씹을수록 감칠 맛

초겨울이 시작됐다. 지난주에도 팔공산 낙엽 길에는 아직도 '끝물' 단풍이 남아 있었는데…. 차가운 바람을 맞아 이젠 '마지막 잎새'로 변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기엔 유난히 따스함이 그리워진다. 화사한 모습의 숯불 주위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자글자글 고기를 구워먹으면 그 맛과 분위기에 취해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른다. 대구 동구 신천동에 있는 박정현 세무회계사무소 직원들은 대구 수성구 들안길에 있는 돼지갈비 전문점 '화로돈'을 자주 찾는다. 김형종 사무장이 개척(?)한 단골집이다.

숯불갈비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고기의 품질이 좋아야 함은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최고의 맛을 내려면 참숯불과 석쇠가 필수요건이다. '화로돈'은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 점심 때부터 밤늦도록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화로돈'이란 이름은 '황토로 만든 화로에 굽는 돼지고깃집'이란 뜻이다.

화로돈은 주차장이 널찍해 주차 걱정은 없다. 건물의 외관도 훤칠하다.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던 예전의 돼지갈비 전문집의 풍광이 아니라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다. 유리창이 넓어 바깥풍경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가족이 외식하는 날, 눈이라도 내리면 금상첨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상이 차려진다. 갈비 맛을 높여주는 상추와 깻잎 등 다양한 채소와 감자샐러드, 도라지무침, 삶은 새우, 무절임 등 밑반찬이 깔끔해서 좋다. 박정현 세무회계사무소 권윤정 과장은 "이 집에 오면 숯불갈비와 삼겹살 등 모든 음식을 다 맛보고 싶어져서 메뉴를 선택하는 일이 가장 곤혹스럽다"며 "직원들은 늘 숯불갈비 파와 삼겹살 파로 갈려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한다. 오늘은 '선 갈비, 후 삼겹'으로 정했다.

황토 화로의 참숯불 위에 석쇠를 걸쳐 갈비를 올려놓자마자 금세 지글지글 갈비가 익어간다. 그 특유의 갈비 냄새는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하는 주인공이다.

갈비를 구워주던 '화로돈' 강영진 사장은 "돼지갈비의 맛은 좋은 품질의 갈비를 어떻게 잘 숙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리 집 갈비는 '선진포크'에서 쪽갈비만 공급받기 때문에 다른 곳과는 품질이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라고 자랑한다. 특히 "다양한 한약재와 과일을 갈아 넣어 3, 4일 숙성시킨 것"이라고 비결을 살짝 공개한다.

두툼하고 큼직한 왕갈비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참숯불에 금세 노릿하게 익은 갈비 한 점을 소스에 찍어 맛보니 부드럽고 감칠맛이 넘쳐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씹을수록 돼지갈비의 참맛이 느껴진다. 한 번 맛보면 2, 3인분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박정현 세무회계사무소 이기연 씨는 "평소 육류를 즐기는 고기 마니아인데 이 집은 다른 집보다 육질이 다른 것 같다"며 "갈비를 먹은 후 삼겹살도 꼭 맛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임한희 씨는 "이 집의 특징은 육즙이 살아있는 삼겹살과 진품 갈비의 맛"이라고 추천한다. 허은아 씨도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 번 맛보면 단골손님이 될 것"이라며 "가족 외식 식당으로는 최고"라고 밝힌다.

갈비로 배를 불렸지만, 서둘러 삼겹살을 굽는다. 기름기가 빠져 꼬들꼬들하게 굽힌 삼겹살을 기름소금 장에 찍어 한 입 맛보니 양념갈비 맛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두툼한 삼겹살 속에 육즙이 그대로 배어 있다. 이 정도의 맛이라면 '선 삼겹, 후 갈비'를 주장하는 삼겹살 마니아들의 요청에 공감이 간다. 이미 '선 갈비와 후 삼겹'으로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상태이지만 강영진 사장은 "한국 사람은 고기를 먹은 후 반드시 된장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법"이라며 된장찌개와 된장 국수 맛을 보여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기를 적당하게 먹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숯불 양념갈비(200g) 7천원, 삼겹살(150g)과 쇠고기(100g)는 8천원, 점심 특선 메뉴의 경우 옛날 김치찌개와 고향 묵은지 김치찜, 김치찌개 두루치기, 얼큰 돼지찌개 등이 각 6천원이다. 쪽갈비찜은 9천원. 된장국수는 3천원이다. 위치는 대구 수성구 황금동 813-5. 053)944-9393.

##추천 메뉴-고향 묵은지 김치찜

묵은지는 은근하고 넉넉한 고향 냄새를 풍긴다. 묵은지를 줄기째 넣고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넣어 찰박하게 끓였다. 국물은 짜지 않으면서도 칼칼하고 매콤해 매력 있다. 6개월 동안 숙성시킨 김치의 은근한 맛이 배어 있어 이 맛이 그리워 점심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다. 묵은지 김치찜과 된장 국수는 고기를 먹은 후 느끼한 맛을 날려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김치찜 속에는 야들야들하게 익은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푹 익은 묵은지를 쭉쭉 찢어 국물과 함께하는 그 진한 맛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밥 두 공기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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