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정한 자세, 헝클어진 잿빛 머리. 무언가에 홀린 듯한 모습은 마녀를 연상시켰다. 몸은 뒤틀려 있었고 손가락은 곱아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두 손을 건반 위로 올려놓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영롱한 선율, 그것은 천상의 소리였다. 루마니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1895~1960). 그녀의 연주를 들으면 '수정처럼 빛나는 슬픔'이 느껴진다.
하스킬은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다. 눈부신 재능과 탁월한 감성으로 세계 음악계의 샛별로 떠오른 18살의 그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불행이 닥친다. 다발성 신경경화증. 뼈와 근육, 세포가 엉켜붙는 무서운 병이었다. 허리는 구부러졌고 한창 피어나야 할 얼굴은 노파처럼 변해버렸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죽음과 같은 고독과 절망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는 역경 속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했다.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이 빼어나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라고까지 불렸다. 찰리 채플린은 그녀를 아인슈타인, 처칠과 함께 3대 천재로 꼽을 정도였다. 하느님이 곁에 두고 그 음악을 듣고 싶었을까. 그녀는 1960년 12월 6일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친 뒤 하루 뒤인 그해 오늘 66세를 일기로 무거웠던 몸의 짐을 벗었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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