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새로운 출발에 앞서 꼭 필요한 것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한껏 들뜬 12월이다.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도심과 공연장 등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구 거리에도 생기가 넘친다. "대구에서 공연해서 성공을 못 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하기 힘들다." 최근 전국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듣게 된 이야기다. 대구의 문화 공연 시장 규모가 크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과연 이름 그대로 대구는 공연 문화 중심 도시다. 어떤 도시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이 지금도 펼쳐지고 있다. 특히나 연말이 되니 지역의 음악인들이 속속 귀국해 독창회와 독주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고향에서 연주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책임감도 생긴다.

올 한 해 대구 공연 예술계의 성과는 매우 좋았다. 특히 오페라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완성도 높은 창작 오페라 제작으로 언론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명성 있는 세계적인 오페라페스티벌에서 우리 대구가 제작한 오페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 전국 오페라 애호가들이 대구를 찾았다. 이제 대구 오페라가 발전했고 또한 발전해 가고 있음은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올해 치러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유명 오페라 평론가 여러 명이 참석했는데, 공통적인 이야기가 "예술적 차원에서의 역량과 시민들의 호응, 주최 측의 기획력 등이 종합되어 한국과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오페라축제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화의 풍요 속에 있는 우리는 잘 못 느끼고 있지만 타 도시 사람들이 더 인정하는 대구의 브랜드가 바로 '오페라'이다.

올해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10주년, 대구시립오페라단 20주년'을 맞이한, 대구 오페라계에서는 의미 있는 해였다. 사람으로 치자면 학교에 들어갈 때쯤과 성년을 맞는 나이이다. 그만큼 성장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성공을 자만하기에는 이르다.

오히려 지금이 시작이라고 본다.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주제가 '새로운 시대'였다. 이전과는 또 다른 발전된 모습으로 새롭게 출발선에 서겠다는 각오로 정한 구호였다. 아직 이뤄야 할 꿈들은 너무 크고 달려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이는 대구의 여러 공연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출발선에 선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결론은 하나. 바로 '하나 된 모습'이다. 뜬금없는 결론 같지만 결코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다. 좋은 환경과 여건이 마련돼 있더라도 '분열'이 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수도 없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음악 예술인들과 관련 행정인들이 한마음 한뜻을 모아야 보다 나은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개인의 이익과 욕심보다 대의를 위한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합창만 해도 그렇다. 뜻과 힘을 하나로 모을 때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비단 지역 예술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제18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당겨 내리기에 급급하면 본인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민심과 명예 모두를 놓칠 수 있다. 출발은커녕 출발선상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 새로운 시작은 '핑크빛 상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하나 됨'에서 성취된다. 각자의 욕심을 버리고 희생한다면 모두가 만족하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놀라운 결과를 안을 수 있다. 그래서 각 대기업들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화합'이 아닌가.

이제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넘기면 새로운 해를 맞게 된다.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새로운 희망을 품고 꿈꾼다. 가족과 한마음, 직장 동료 및 상사와 한마음, 이웃과 한마음, 민심과 한마음을 가지게 되면, 우린 분명히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김성빈/대구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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