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성에게 유리한 시대가 왔습니다. 목적을 위한 제대로 된 사다리를 갖기 위해선 영혼과 가슴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영혼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5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미여성포럼에서 국가브랜드위원회 2대 위원장,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한 이배용 위원장의 강연 '글로벌 시대의 여성 리더십'이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리더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이날 강연에는 50여 명의 여대생이 모여 경청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역사 속 여성 인물들을 통해 앞으로 글로벌 시대의 여성 리더십을 제시했다. 여성 인물사를 연구한 학자이기도 한 이 위원장은 소서노, 선덕여왕, 허난설헌 등을 통해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주몽의 부인이기도 했던 소서노는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주몽 세력과 연합해 고구려를 건설하고, 아들 비류, 온조와 함께 남하해 백제 건국의 중심인물이 됐다.
그런가 하면 선덕여왕을 통해 포용과 화합, 사회 통합의 리더십을 제시한 바 있다. 시대적 통찰력을 갖고 있던 선덕여왕은 김춘추, 김유신이라는 좋은 인재를 발굴했다. 첨성대와 황룡사 9층 목탑을 통해 당시 국운이 상승하던 신라의 랜드마크를 세우기도 했다.
여성은 아니지만 백성을 품었던 세종대왕의 사랑의 리더십도 제시했다. "세종실록을 읽다 보면, 그분의 따뜻한 가슴을 느끼죠. 길 잃은 아이를 찾아주는 정책, 노비 출산 휴가정책까지 마련했으니까요. 1430년 남편에게도 한 달의 산후휴가를 주고 여성노비에게 산전 한 달 휴가, 산후 100일의 휴가를 주라는 정책을 세웠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시대를 뛰어넘는 정책을 제시한 게 세종대왕이고, 이 저변에는 약자에 대한 가슴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그는 한류의 원조가 허난설헌이라고 강조했다. 일찍 세상을 떠난 누이를 위해 허균이 엮은 허난설헌의 시집은 명나라에서 출판돼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다. 재산의 사회 환원을 실천한 제주의 거상 김만덕의 사례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여성이 리더가 되는 세상이 열렸다"고 말했다. 두뇌와 감성, 소프트웨어가 경제, 외교,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을 말하면서 "긍정하고 감격하는 여성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대생들에게 이 위원장은 '주전자 정신'을 강조했다. "일단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고, 실력을 키워 전문성을 가져야 합니다. 자긍심을 가지되 겸손한 자긍심을 가지면 훨씬 당당합니다. 나눔과 헌신의 정신이 여러분을 더 큰 리더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과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여성 리더들이 나와서 여대생들에게 여성 리더로서 살아온 이야기와 조언을 했다.
부연 리 알렌 주한미국대사관 지역총괄담당관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말이 자신에게 또 하나의 문을 열어주었다고 말했다. "어떤 것이 되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영어에 자신이 없던 저에게 큰 감명이 되었던 말이죠. 그후 기자가 되었고, 지금은 외교관이 되었습니다."
조도자 국제여성가족교류재단 사무총장은 무엇이든 '덤비라'고 조언했다. "일단 덤벼 보세요. 지금 대학생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요. 어디든 들어가서 열심히 하면서 리더를 잘 따르세요. 펠로우십이 곧 리더십이 될 테니까요."
서울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하면서 주한미국대사관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유진 씨는 "가난한 집안 형편을 오히려 부각시켜 장점으로 만들었다"면서 "지금 당장은 꿈이 없더라도 내가 무언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