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미나 타넨바움' 8일 오후 11시

1958년 4월 어느 날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유대인 부모를 둔 두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미나는 일찍이 근시 판정을 받고 안경을 쓰면서 남자애들에게 놀림을 받고 자라며, 어려서부터 뚱뚱했던 에텔은 이성에게서 거부를 당하는 쓴맛도 본다. 일곱 살 때 발레교습소에서 처음 만나 단짝 친구가 된 둘은 사춘기를 함께 겪고 첫사랑의 경험도 공유한다. 하지만 이들 각자가 걷는 길은 시간이 흐를수록 멀어진다. 그림에 소질이 있던 미나는 미술학교에 등록하고 화가의 꿈을 키우지만 감수성이 예민하고 조숙하며 좀처럼 웃는 일이 없다. 게다가 연애 문제에 있어서는 특히나 소심하여 마음이 있는 이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속만 태운다. 반면 에텔은 자기 갈 길을 일찌감치 찾은 미나를 부러워하지만 진취적이고 밝은 성격을 가진 덕에 쉽게 사람들의 호감을 사며 연애에 있어서도 과감하다. 성인이 되면서 미나는 화가로 재능을 인정받아 점점 이름을 알리지만 고지식한 성격과 사소한 악재들에 발목을 잡히곤 한다. 반면 에텔은 미운 오리 새끼의 모습에서 백조로 환골탈태한 뒤 자신의 매력을 무기 삼아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기자로 승승장구한다. 서른 살 무렵, 자신과 너무 다른 상대방의 모습을 확인한 둘의 갈등은 정점을 찍고 결국 인연을 끊는 지경에 이른다.

'미나 타넨바움'은 주인공 미나 타넨바움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도 찍듯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미나의 여자 사촌이 하는 내레이션을 따라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다. 이들이 자아가 강해짐에 따라 어떻게 갈등을 빚게 되고 관계의 파국을 경험하는지를 재치와 감동의 적절한 배합 속에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한편 배타적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유대인 이민자들의 독특한 문화도 이 영화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가정을 중시하는 그들의 전통이 부각된 이 작품은 비단 유대인이 아니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러닝타임 128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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