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이상현 지음/ 시공아트 펴냄
네모난 시멘트 박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우리의 전통 건축 양식인 한옥은 '불편함'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낡고 오래돼 냉난방이 어렵고 갖가지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한옥에 베어 있는 삶의 지혜와 그곳에 얽힌 생의 이야기를 느끼다 보면 한옥만큼 여유롭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만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한옥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옥연구가인 저자가 지난 2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느낀 24곳의 한옥의 매력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한옥이 그 안에서 생활해 온 사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고 했다. 여느 사람들의 눈에는 기와지붕에 나무 기둥이 있는 비슷한 모습의 한옥이지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벽면을 가진 이용욱 가옥, 사랑채는 기와지붕이지만 안채는 초가지붕인 최태하 가옥 등 제각기 특징을 가진 '작품'들이다.
건축 디자인의 기본은 대칭이다. 하지만 한옥은 비대칭. 대웅전이나 근정전같이 의식을 행하기 위한 건물이라면 대칭으로 짓지만,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라면 과감히 대칭을 벗어버릴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건물들이 대개 일자형인 반면 한옥은 ㄱ, ㄴ, ㄷ자 모양으로 꺾인 형태를 하고 있다. 집집마다 다른 모양의 지붕도 이런 꺾임 때문에 가능했다. 집이 꺾이며 집의 크기와 높이가 달라지는데, 지붕의 모습도 그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일상의 바쁨을 내려놓고 고즈넉한 한옥의 모습을 감상하다 보면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껴졌던 한옥이 한결 정감있는 모습으로 마음속에 들어온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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