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전 관리 감독 소홀 책임 반드시 물어라

5천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자력발전소 관리가 비리 백화점 수준이다.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 대한 위기 관리 실태' 조사 보고서에 드러난 이들 기관의 원전 관련 비리와 운영 난맥상은 그동안 이 기관을 믿고 의지했던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다. 원전 부품 업체는 국민 안전은 뒷전인 채 돈벌이에만 급급했고 한수원은 웬일인지 이를 눈감았다.

한수원을 등에 업은 업체는 대담했다. 냉각 해수 펌프와 실린더 헤드 등을 생산하는 업체는 공인 기관의 직인을 임의로 만들어 시험성적서에 찍었다. 이미 받아 놓은 성적서의 번호와 시험 날짜를 조작해 위조 시험성적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납품한 미검증 부품이 5년간 1천555개에 달한다. 이 중 436개 부품은 영광 1~6호기, 고리 2~4호기, 울진 2호기 등 10개 원전에 실제로 사용됐다.

한 원전 간부는 납품 업체와 짜고 발전소에서 보유하고 있던 부품을 빼돌린 후 업체가 이를 다시 납품토록 해 16억 원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품 업체가 납품가를 높이기 위해 다른 회사와 담합하고, 자격 없는 업체와 높은 가격에 계약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문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감사원이 했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는 한수원이나 원안위가 그동안 얼마나 국내 원전 안전 관리를 허술하게 해왔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감사원은 2001년 한수원이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이후 원자력 직군만 모여 있다 보니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느슨한 안전 의식이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결국 감독과 내부 통제가 부실해졌고 직원과 납품 업체의 부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직원이 625명에 이르는 신의 직장이다. 이번 사태는 그런 대우에 걸맞은 책임이 주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한수원을 믿지 못한다. 가뜩이나 전력난이 심각한데 국내 원전 23기 중 6기가 위조 부품이나 정비 문제로 멈춰 서 있다. 전력 비상으로 위조 부품이 사용된 원전에 대해 즉각 가동 중지 후 점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수원을 비롯해 이번 위조 부품 파동과 관련된 모든 기관에 대해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나아가 한수원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도 어물쩍 넘어가면 한수원은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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