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선 안 된다."
중년 남성들 중에 어릴 때 할머니나 어머니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 이들이 많다. 요즘 상식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아주 자연스레 통용되는 말이었다. 어른들은 여자는 집안에, 남자는 밖에 나가 큰일을 하라고 가르쳤다. 유교의 영향 때문에 여성의 삶은 왜곡되고 뒤틀리기 일쑤였다.
유교 사회가 여성의 위상을 왜곡한 것이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의 역할은 대단하고 위대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문명의 진보를 가능케 한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고 규정한다. 수렵시대 때 남성들이 밖에서 사냥을 할 동안 여성들은 풀과 과일을 채집하면서 농사에 눈을 떴다. 여성들이 숱한 시행착오 끝에 곡식 재배에 성공했기에 인류는 농경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남성들이 잡아온 짐승을 가축으로 길들인 것도, 남성들이 바깥에서 가져온 수확물을 관리하고 경영한 것도 여성이었다. 수만 년간 이어온 DNA만 본다면 경영자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이런 낡디낡은 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고 있자니 남성과 여성의 위상이 역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거 벽보를 보면 7명의 후보자 중 여성이 4명이나 된다. 여성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강한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는 반면, 남성 후보자들은 점잖고 온화한 이미지만 풍길 뿐 그리 박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3명의 여성 후보자들이 자신의 그룹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진보 성향이라고는 하지만, 그 그룹의 남성들은 다 어디에 가고 이들만 앞세웠는지 궁금하다.
며칠 전의 후보자 토론회도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의 맞대결로 귀결되고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손해를 보는 분위기였다. '점잖지 못하게 남자가 여자와 싸울 수 있겠느냐'는 경상도적인 시각이 있지만, 원래부터 말싸움에는 남성이 여성을 당할 재간이 없으니 문 후보의 불리함은 어쩔 수 없다. 6일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씨로부터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얻어내 선거전이 더욱 재미있게 됐지만, '두 남자가 한 여자 못 당해 단합을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대선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요즘, 여성의 전성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수렵시대로 회귀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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