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찾아든 한파가 옷깃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꽁꽁 여미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추운 겨울, 곳곳에서 음악으로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재능기부'가 하나의 새로운 기부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이 가진 장기를 십분 활용해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복지시설에서 마음을 보듬는 아름다운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소리 천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버스킹으로 기부 실천하는 플루트 천사
매주 일요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 분수광장에서는 플루트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그마한 여자 아이가 만들어내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플루트 선율에 갈 길을 서두르던 사람들조차도 하나 둘 걸음을 멈춘다. 앞에 놓인 모금함에는 백원짜리 동전부터 5만원권 지폐까지 따뜻한 마음이 듬뿍듬뿍 쌓인다.
변미솔(11'본리초 5년) 양은 매주 일요일 오후면 길거리 공연에 나선다. 미솔 양이 이렇게 길거리로 나선 것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기아에 시달린다는 내용의 TV방송을 보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기 위해서다. 9월부터 시작한 길거리 공연은 벌써 17회를 넘어섰다. 처음에는 2'28기념공원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등에서 공연을 했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하에 있는 중앙로 지하철 역으로 무대를 옮겼다. 대현프리몰 측에서 무대 사용을 허락한 것이다. 모금 액수도 벌써 230만원에 육박한다. 빵이며 음료 등을 사주는 시민들도 상당수다.
미솔 양은 이름부터 이미 음악천사의 자질을 타고났다. '도미솔' 아름다운 소리처럼 플루트를 전공한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커서 훌륭한 음악가가 되라는 기대를 담뿍 담아 아버지 변경수 씨가 지은 이름이다.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솔 양은 서울필하모닉 초등부 1위, 대구음협 콩쿠르 초등부 1위, 서울대 콩쿠르 초등부 2위, 대구시립교향악단 최연소 협연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런 플루트 천사 미솔 양이 길거리 버스킹에 도전하게 된 것은 남다른 꿈 때문이다. 미솔 양은 "플루트를 잘 불어 세계적인 플루트 연주자인 '자스민 최'처럼 유명한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도 있지만, 또 하나의 꿈이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처럼 음악을 통해 음악봉사를 하는 것"이라며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굶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도 미솔 양의 플루트 소리는 멈출 줄을 모른다. 때론 아무도 봐 주는 이 없이 바쁘게 지나치는 무대에서 외롭게 연주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일이 아직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미솔 양은 의연하게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갈 뿐이다.
◆소리로 만들어가는 따뜻한 세상
대구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김성빈 집행위원장(대구시립오페라단 감독)은 지난해 계성중, 올해는 정화여고 합창단 동아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시 동부교육지원청이 대구예총과 MOU를 맺고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문화예술 100인 멘토'의 1인을 담당하고 있는 것. 플루티스트 하지현, 작곡가 이영수 교수(영남대) 등을 비롯해 사진, 연극, 미술, 문학,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봉사에 나서고 있다. 반해정 대구 동부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창의적체험활동이 시작되면서 각 학교마다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이렇게 멘토를 구하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고 계셔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계명대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단의 '뮤직바이러스'(해피뮤직) 사업도 음악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성악을 가르치고, 음악치료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달서구와 남구, 달성군의 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나눔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순환을 만드는 중이다. 음악 교육을 받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또 다른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공연을 펼치고 있는 것. 지난달에는 선명요육원과 상록수 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아마추어로 구성된 한울림 관악단 역시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15일 열리는 정기연주회 수익금은 전액 사랑의 연탄나누기 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