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개선해야 할 대선 TV토론

"될 만한 사람만" 美, 지지율 15% 넘어야 토론 참가

4일 전파를 탄 대선 후보 첫 번째 TV토론의 여진이 사흘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유력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기에 매우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의 목소리가 뜨겁다. 특히 후보 간 이슈에 대해 공방을 벌일 기회가 차단된 '토론 없는 토론'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최근 본지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0.2% 지지율을 기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집중 공격하면서 토론이 왜곡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관위 주최 TV토론은 이달 10일과 16일 두 차례 더 예정돼 있지만, 주제만 다를 뿐 방식은 똑같다. 첫 TV토론에서 나왔던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셈이다.

◆개선 필요한 대선 TV토론

여야는 4일 열린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나온 문제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은 "후보자의 자질 검증, 상대에 대한 존중, 국민에 대한 예의가 모두 실종된 부끄러운 토론회였다"면서 선관위에 보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선규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관련해 "자기 신분과 역할을 잊은 분별력 없는 후보에 의해 난장판이 된 민망한 토론회였다"면서 "(이 후보에게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도 없이 적의만이 가득했다. 그 때문에 박근혜 후보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준비한 것을 다 펼쳐보일 수 없었고 진행자는 무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두 번의 TV토론이 남았는데 이렇게 진행되면 안 된다"면서 "중앙선관위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7일 유력 대선 후보 간의 토론을 통해 국민이 제대로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고 선거의 공영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관위가 주관하는 대선 후보 TV토론 참가자격을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후보자' 또는 '여론조사 결과 평균 지지율 15% 이상 후보자'로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황 의원은 "우리의 TV토론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너무 형식적 평등에 치우쳐 보다 높은 가치인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며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의 공영성을 담보하고 국민이 후보의 공약과 정책, 자질 등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TV토론 참여자격을 바꾸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18대 대선이 끝나고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해 내년 재보궐 선거부터 적용한다"고 전제했다.

문 후보 측도 6일 대통령 선거 TV토론 방식에 대해 "반론과 재반론을 보장해 토론다운 토론이 돼야 한다"며 거듭 박 후보에게 양자 토론을 요구했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영등포 민주당사 브리핑에서 "대통령 선거 TV토론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론이 드높다"며 "첫째 반론과 재반론, 질문과 재질문이 보장돼서 후보의 자질과 능력, 비전과 정책을 비교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 가능성이 큰 유력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양자 토론, 맞장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요구"라고 주문했다.

진 대변인은 통합진보당 이 후보를 의식한 듯 "토론 참가 자격은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어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며 "방법은 별도의 TV토론, 즉 양자토론을 개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우리나라 대선 TV토론이 양자토론을 기본으로 하는 미국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유력 주자 2명이 치열한 공방을 통해 자질과 정책을 검증받는다.

◆외국 대선 TV토론은?

현재 정치권에서 벤치마킹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대선 TV토론은 1960년대에 도입됐다. 여론조사 지지율 15% 이상인 후보에 한해 TV토론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참가 잣대인 여론조사 15%는 실제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을 불러 유권자들에게 평가할 기회를 준다는 게 취지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오바마'공화당 롬니 후보가 맞붙었고, 지난 2008년 대선에서도 오바마'매케인 후보가 일대일 토론을 벌였다. 일대일 토론은 정책을 놓고 더욱 심도 있는 토론이 가능하며, 양당의 정책을 비교'분석하는 데 도움이 크다는 평가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를 차지한 후보 간 일대일 TV토론을 한다. 다당제인 프랑스에서도 양당제인 미국처럼 대통령에 선출될 가능성이 큰 후보에 한해서만 TV토론에 출연할 자격을 주는 셈이다. 게다가 토론 시간도 장장 3시간에 달하는 등 유권자들이 궁금증을 충분히 풀 수 있게 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대표들이 TV토론을 벌인다. 영국은 전국적으로 의석을 가진 주요 3개 정당인 노동당, 보수당, 자민당의 대표가 토론에 참석한다. 일본은 주요 정당으로 여기는 정당 가운데 주최 측에서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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