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남자의 일생 그리고 눈물

'참을 수가 없도록 이가슴이 아파도…,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가수 이미자의 노래 '여자의 일생'은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여성들의 심정을 잘 대변한 노래로 196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여성들은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했고 극장에 있는 모든 여성들이 눈물짓는 것을 보고 자기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위로를 받았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마음 힐링'을 한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유머 중에 '매 맞는 남자'란 유머가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50, 60, 70, 80대 남자들이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모두 아내에게 맞아서 입원했단다. 의사가 이유를 물어보니 50대 남자는 아내에게 밥 차려 달라고 했다고 맞았고, 60대는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고 맞았고, 70대는 눈 마주쳤다고, 80대는 아침에 눈 떴다고 맞았는데 '왜 안 죽고 살았느냐'는 뜻이다. 웃자고 하는 유머겠지만 그 나이의 남자에겐 씁쓸하다.

며칠 전 동료와의 술자리에서 어느 선배님이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며 최근의 심경을 토로했다. 운동을 하다 갑자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싶어 갑자기 눈물이 나더란다. 평소 강인한 모습만 보여준 이 선배가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른 동료도 우울해진다고 얘기하자, 너도나도 공감을 표시하며 중년의 서글픈 처지를 도미노처럼 털어놨다. 그렇게 그날의 자리는 눈물로 유대감을 맺은 중년 남자들의 '힐링캠프'가 되었다.

사회와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강요된 수컷의 본능으로 무장한 가장들이 가족을 위해 서로 으르릉거리며 행여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목덜미를 물어뜯길까 싶어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직책은 한정돼 있어서 자리에 오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와의 끊임없는 신경전이 이어진다. 마침내 원했던 자리에 올랐다 싶은 순간 어느새 자신은 늙은 수컷이 되어 새롭고 팔팔한 수컷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유일한 안식처인 보금자리에 돌아와도 아내와의 공감대는 멀어져 있다. 자식들은 더 이상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서글픔에 목놓아 울고 싶지만 사회는 남자의 눈물을 허락하지 않는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는 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왜 이런 터무니없는 말로 교육해 남자를 울지도 못하게 하고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혼자 눈물 흘리게 하는가?

이제 남녀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과거에 여성들이 눈물로 동질성을 확인하고 위로 받았듯이 이제 남자들도 그러해야 한다. 수컷들이여! 실컷 울어보자.

김은환<'굿 프랜즈 아츠 그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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