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마 단속 하겠나…재떨이 대신 종이컵 두고 흡연

[르포] 음식점 금연 첫날 표정

150㎡(40여 평) 규모 이상 음식점에 대한 전면 금연령이 내려진 8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50㎡(40여 평) 규모 이상 음식점에 대한 전면 금연령이 내려진 8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8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본동의 한 음식점. 400㎡ 정도 되는 이 음식점에는 '금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한 손님이 재떨이를 달라고 부탁했다. 점원은 "재떨이가 없다. 홀 안에서 흡연은 안 되고 방에서는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고 답했다. 방안으로 들어간 손님은 곧 담배를 피웠고 이내 담배연기는 이 음식점 전체로 퍼졌다. 방안에 달린 작은 환풍기 4대가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음식점. 일부 흡연자는 '금연구역'이라는 표지판을 보고서도 재떨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주 역시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 재떨이 대신 물을 담은 종이컵을 가져다줬다. 이곳 업주는 "손님이 '다른 손님도 없는데 담배 좀 피우자'거나 '저쪽도 피우는데 우리도 좀 피우자'라고 강하게 요구하면 거절하기 난감하다"고 했다.

8일부터 음식점과 호프집 등에서 금연구역이 확대 시행됐지만,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흡연자와 업주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부터 150㎡(40여 평) 이상 규모 식당과 커피전문점, 술집 등을 금연구역으로 정하거나 필요시 흡연구역을 별도로 구분하도록 했지만,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대구시내 대부분 음식점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금연 표지판이 없는 곳도 상당수였다. 일부 흡연자들은 이 같은 내용을 알면서도 단속 인력이 태부족하다는 현실을 비꼬는 듯 음식점 내에서 거리낌 없이 흡연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0시 대구 동구 신천동 한 호프집. 330㎡(100여 평) 정도인 이 술집에선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금연구역'이라는 표지판은 물론 흡연을 제지하는 종업원도 없었다. 한 30대 직장인은 "술을 마실 때 흡연 욕구가 강해지는데 흡연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모든 구역을 금연시설로 만드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업주들의 느슨한 대처는 단속 인력 부족과 관련이 깊다. 흡연 현장에서 단속원이 볼 경우에만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금연구역에 해당하는 150㎡ 이상 식당, 커피숍, 술집 등은 3천167개.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중구에만 해당 업소가 1천500개를 넘지만, 계도와 단속활동에 매달릴 수 있는 공무원은 고작 1명뿐"이라며 "혼자서 단속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도 겸해야 해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금연령'에 대해 흡연자뿐만 아니라 업주들도 반발하고 있다.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성하(56'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나가는 손님들도 있다"며 "열린 공간인 홀은 금연구역으로 둔다 하더라도 방과 같은 밀폐된 공간은 흡연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비흡연자도 불만이다. 단속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비흡연자인 송인혁(23'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흡연 파파라치 제도가 없는 한 음식점 내 흡연을 전부 단속할 수 없을 것"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정책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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