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대선 스트레스

지난 주말 제법 큰 압박감에 시달렸다. 바로 이 난의 원고를 쓰려고 생각을 굴렸으나 무엇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시사적인 주제의 칼럼보다는 수필 형태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갖가지 주제들을 떠올려봤으나 마땅한 것이 잡히지 않았다. 11일 자 신문에 게재되는 이 원고는 10일 오전이 마감 시간이기 때문에 9일에 미리 써놓는 것이 여러모로 편했다. 그래서 휴일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여러 소재로 자판을 두드렸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곤 했다.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TV의 대통령 선거 관련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원고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히 가슴을 짓눌렀다. 결국, 미리 원고를 써놓겠다는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 채 일요일을 보냈고 10일 신문사에 출근해 다른 글을 쓰고서 이 원고를 쓰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잡은 소재가 휴일에 겪은 '압박감'이었고 이를 변주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감 시간을 1시간 40분가량 남겨놓고 자판을 두드리게 됐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야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도 대부분 마감 시간을 어기지는 않았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길 빈다.

일상에서 누구나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으로 작용한다지만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삶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처럼 경제 양극화와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삶이 주는 압박감은 다른 어느 때보다 크다. 8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이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그래서 간절할 수밖에 없다.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반 농담 삼아 이민 갈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 대선을 흥미롭게만 볼 수는 없는 유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절박한 심정으로 지켜본다면 이것도 스트레스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들도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여망을 염두에 두어야 하니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을 것이다. 사퇴했다가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안철수 전 예비후보 역시 지지층에 대한 책임의식이라는 부담감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일이 지나면 '대선 스트레스'가 사라지겠지만 새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잘 받들어 다른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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