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 커져라, 더 작아져라…가전시장 양극화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과 실속의 양극화가 짙어지고 있다. 제조사들이 기획단계부터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이런 양극화는 당분간 가전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사진은 910ℓ의 세계최대급 LG전자 디오스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과 실속의 양극화가 짙어지고 있다. 제조사들이 기획단계부터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이런 양극화는 당분간 가전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사진은 910ℓ의 세계최대급 LG전자 디오스 'V9100'과 미니 가전의 돌풍을 일으킨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

# 내년 초 결혼을 하는 예비신부 조미나(27) 씨는 혼수용 가전으로 최고 사양의 최신 제품으로 구매했다. 조 씨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최소 5년 이상은 사용할 물건이어서 돈을 더 주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직장인 유미나(31'여) 씨의 가전제품은 모두 용량이나 사이즈가 작은 미니 제품들이다. 1, 2인분 밥을 지을 수 있는 밥솥에 핸디형 청소기, 미니 냉장고들이다. 원룸에 혼자 사는 유 씨에게 대형가전제품은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전력 소모도 많기 때문이다. 유 씨는 "미니 가전이 내 생활패턴에 꼭 맞기 때문에 구입했다"며 "최근에는 물통을 꽂아 사용할 수 있는 미니 가습기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가전 트렌드는 '프리미엄과 실속의 양극화'로 요약된다. 각종 스마트 기능을 갖추고 사이즈도 큰 프리미엄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는 반면 1인 가구의 증가 속에 작고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춘 실속 제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급'대형화 추세 프리미엄 가전시장

최신 제품, 최고 사양을 선호하는 고객들 사이에는 프리미엄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도 주력 제품군을 대형화, 고급화시켜 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TV다. 특히 올해는 올림픽이라는 빅이벤트로 인해 가전업체들이 주력 제품을 40인치 초반에서 50인치대로 바꾸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60~70인치대 제품까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도 55인치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84인치까지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냉장고의 용량 경쟁도 TV 못지않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860ℓ 양문형 냉장고를 선보인 이후 LG전자는 이보다 더 큰 870ℓ 제품을 내놨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전자는 올 7월 4일 900ℓ 지펠 냉장고 'T9000'을 선보였다. 그러자 LG전자는 올 7월 16일 T9000보다 10ℓ 더 큰 910ℓ 용량의 4도어 디오스 냉장고 'V9100'을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김치냉장고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최대 용량 제품은 삼성전자의 '그랑데스타일508'. 최대 508ℓ 용량을 자랑하는 이 제품은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한 405ℓ급 제품보다 용량이 100ℓ 이상 더 커져 김치냉장고 사상 처음으로 500ℓ 벽을 깼다.

이에 LG전자는 565ℓ '디오스 김치톡톡'을 선보였다. 기존 자사 모델보다 100ℓ 이상 용량을 늘렸지만 삼성전자가 선보인 567ℓ에 비하면 2ℓ 부족한 수준이다.

대용량의 프리미엄 제품들은 가격이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한 달에 2만 대 가까이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는 오래 사용할 것을 고려해 고급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어 당분간 프리미엄 가전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량보다는 실속, 미니 가전

프리미엄 시장 확대와 함께 미니 가전도 가전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대형가전보다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실속형 미니 가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 1인 가구는 4가구 중 1가구로 전체 인구의 8.8%를 차지한다. 1인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액은 50조원으로 불황 속 새로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가전업계에는 1인 가구에 맞춰 크기는 줄이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미니 가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불황 속에서 미니 가전으로 제품 라인을 구성하고 1인 가구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대우일렉트로닉스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해 싱글족 가전 시장 규모가 약 2조9천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09년 벽걸이형 7㎏ 드럼세탁기를 시작으로 15ℓ 전자레인지, 미니 인테리어 냉장고, 벽걸이 드럼세탁기 등 크기는 작지만 실속 있고 디자인을 강조한 미니 가전제품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15ℓ 전자레인지의 경우 출시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25만 대, 벽걸이 드럼세탁기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판매 2만 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27인치 패널을 탑재한 TV와 PC, 모니터 일체형 PC를 내놨다. 이 밖에 개인용 전기밥솥, 탁상용 선풍기 등도 소형 가전 추세를 반영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시장의 양극화는 기획 단계에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타겟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제조사들도 타겟 제품들의 라인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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