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일기] 소중한 한마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가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언어 생활지도를 하면서도 과연 나는 실천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교실 장면에는 칭찬과 꾸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수없이 펼쳐진다. 물론 칭찬하는 상황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긍정적인 생각을 싹 틔우는 거름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꾸중 상황에서 벌어진다.

초임 시절, 3학년을 맡게 되었고 체육 시간에 아이들과 피구 게임을 할 때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게임을 하며 즐겁게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자 팀 쪽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격하는 팀에서 순서가 뒤섞여 누가 해야 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다행히 순서는 정해졌고 차례대로 공격하는데, 마침 공을 차던 친구가 잘못 차는 바람에 아웃이 되었다. 이때 같은 팀의 아이들의 짜증 섞인 소리가 나왔고 문제는 그때였다. 나도 모르게 "바보같이 그렇게 차면 어떻게 하니?"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짜증을 내던 것을 이제는 드러내놓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그 아이는 졸지에 자기 팀에 큰 피해를 준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 뒤로 짓궂은 남자 아이들은 그 아이를 바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지만,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교사의 말 한마디는 학교와 가정이라는 두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교사 역시 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감정이 앞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한 후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답은 분명하다. 사과하는 것이다. 우리가 말다툼을 한 학생들을 서로 사과하게 만들어주고 악수나 포옹을 하며 서로 좋은 관계를 맺어주기 위해 노력하듯 교사 역시 똑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때는 교사로서의 체면인지, 아니면 생각이 짧았던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작 상처를 주었던 나는 그 누구에게도 꾸중을 듣지 않았고, 다만 내 말을 듣고 따라한 우리 반 학생들이 나에게 꾸중을 들었을 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미안하고 내 행동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멋쩍게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답해주고 나는 그에 대해 "고마워"라고 말한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소박한 이 세 마디가 오가는 사이에 나와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 속에서 신뢰와 사랑을 배워나간다. 만약 지금 내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정말 미안했어."

장은미 경북대사대부설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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