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정책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①

누군가를, 아니면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선생님들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하다. 수업 시간을 앞둔 선생님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과 선생님을 기다리는 마음과, 선생님이 아이들과 수업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같을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새롭게 만날 그 누군가도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었으면 참 좋겠다.(대구시교육청 초등 K장학사 수업 보고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곳곳에서 한국교육이 문제라고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학교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냐고 입에 거품을 물다가도 수능시험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시간에는 비행기조차 침묵한다. 분명 어디엔가 문제가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입시 위주' '경쟁 체제' '공교육 붕괴' 등을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프레임의 성벽에 갇힌 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프레임을 생산하지 못한다.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나?

하루에도 몇 번씩 정책에 대해 고민한다. 어떤 정책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실상 내 고민의 대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전문직이 되고서도 넌 아직 교사의 틀을 깨지 못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정책을 만드는 일도, 정책을 실행하는 일도 사실은 학교와 학생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직도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을 때 나는 오히려 행복하다.

하지만, 전문직은 정책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 경계선을 적절히 지키기 쉽지는 않다. 학교마다, 교사마다, 학생마다 정책과 생각이 다르므로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K장학사의 글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우연히 만난 30쪽에 가까운 그의 수업 보고서는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고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해마다 교육정책은 변한다. 물론 정책이 달라지는 것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 시대가 달라지면 그 시대정신에 따라 교육의 방법과 목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교육이 교사와 학생의 소통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결코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교사와 학생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학교이며 결국 정책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수업에 맞춰져야 한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주고자 하는 마음과 아이들이 기다리는 마음이 만나는 시간이 바로 수업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아이들과의 소통 속에서 이루어진다. 소통의 방식은 교사와 학생에 따라 매우 다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큰 틀의 제공이지 작은 소통들까지 지배해서는 안 된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창의성 교과서가 나오고, 인성이 중요하니까 인성 교과서가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행복 교과서도 나왔다.

전적으로 본말이 전도된 교육 풍경이다. 창의성도, 인성도, 행복도 아이들의 마음 안에 존재한다. 아름다운 틀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강요와 부담으로 다가가서는 창의성도, 인성도, 행복도 보장되지 않는다. 교과서는 현재 교과서로도 충분하다. 교육과정에 충실하면 그 속에는 창의성도, 인성도, 행복도 존재한다.

교과서가 프레임이라면 교과서에 담긴 마음들과 방법들을 활용하여 자유롭게 재구성하여 활용하는 것은 교사와 아이들의 몫이다. 교과서는 재료이지 목표 자체가 아니다. 규정된 틀로 다가가는 순간, 아이들은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부담으로 생각하고 멀리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기성의 어떤 권위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매듭은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깨달음, 나아가 그것을 풀기 위해 상상의 지평을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에서 정책이 출발해야 한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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