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 노하우…덕원고 이연희·와룡고 서민우

중앙대 합격 덕원고 이연희 양
중앙대 합격 덕원고 이연희 양
경북대 합격 와룡고 서민우 군
경북대 합격 와룡고 서민우 군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고교와 학생, 학부모들은 선발인원이 적다는 이유 등 때문에 입학사정관 전형의 중요성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많다.

외형상 2013학년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선발 인원은 전체 모집 인원의 11.5%(4만3천138명)로 다른 전형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서울 주요 대학 경우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비율이 20%를 웃돌 뿐 아니라 정시모집에서도 이전형을 적용하는 대학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올해 2013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합격이라는 결실을 얻은 학생들의 경험담과 대비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재능+열정 갖췄다면 도전할 가치는 충분"

◆중앙대 합격한 덕원고 이연희 양

"보여줄 재능이 있고 실천해온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합니다."

덕원고 3학년 이연희 양은 당당히 중앙대 건축학과에 합격했다. 중앙대 입학사정관 전형인 다빈치 전형을 통해 그 꿈을 이뤘다.

"10월 말 합격 소식을 듣고는 그동안 마음을 졸였던 부모님과 함께 기쁨을 나눴어요. 아직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때문에 학교에선 좋은 내색을 하지 못했지만요. 이후엔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에게 따라붙은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놀면서 대학 갔다.'라는 것. 연희를 바라보는 이들 중에서도 이 같은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드러나지 않은 곳에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 뿐이다.

여름방학에 접어들면서 연희는 두 달 동안 열심히 입학사정관 전형 정보와 활동 자료를 모았다. 이후 서류를 작성하는 데 다시 한 달이 걸렸다. 그 사이 면접 준비에도 열을 올렸다. 친구 대여섯 명이 모의면접관 역할을 해줬고, 디지털 카메라로 면접 장면을 찍고 나서 함께 보며 면접 자세와 말투 등을 교정했다.

"친구들이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열심히 수능시험 공부를 할 동안 저는 대학별로 요구하는 자료가 무엇인지, 어떤 인재상을 요구하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했어요. 자기소개서도 50번은 고쳐 썼을 겁니다."

그렇게 연희가 중앙대에 제출한 포트폴리오는 50여 장 분량. 학생회 활동, 문예 동아리 활동 때 홍보 부스 제작과 전시물 배치에 관심을 뒀던 사례, 컴퓨터 그래픽을 독학으로 익힌 일, 인터넷 건축 블로그 등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건축물을 스케치한 일 등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연희는 단단한 각오 없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도전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수능시험, 대학별 고사 등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 "평소 서류를 만들기 위한 활동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지 않다면 수능시험 준비에 더 신경을 쓰는 게 낫다고 봅니다. 또 다양한 활동들을 포장할 능력과 시간도 필요하죠.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겠다면 준비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방송 PD 꿈 향한 노력 교내 방송반 살다시피"

◆경북대 합격한 와룡고 서민우 군

와룡고 3학년 서민우(18)군은 경북대 2012학년도 수시모집 KNU인재전형(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 방송국 PD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어릴 적부터 방송국 PD를 꿈으로 정한 서 군은 중학교와 고교 내내 교내 방송반 활동을 열심히 하며 꿈을 다듬었다. 장래 PD가 되는 밑바탕이 방송반 활동이라는 생각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때에도 방송반에서 살다시피 했다.

고교 2학년 때는 '저탄소, 지구온난화 방지'를 주제로 한 교내 UCC대회에서 10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상을 타기도 했고, 실제 방송국에 견학을 가기도 했다. 방송분야 책을 읽으면서 "여러 사람과 어우러져 작업하는 PD라는 직업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서 군은 그중에서도 라디오 PD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교 때 방송반에서 총지휘자에 해당하는 엔지니어 역할을 맡았어요. 그때 라디오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밤늦게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전 라디오 음악프로를 자주 들었어요. 라디오 PD 중에서도 대중음악이나 팝 음악을 다루는 PD가 되고 싶습니다."

방송국 PD에 대한 서 군의 꿈은 한결같이 쭉 이어졌고, 학생부 기록에도 반영됐다. 경북대 측은 "진로희망이 일관되고, 진로를 위한 활동이 풍부하며, 학생부 곳곳에서 진로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 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스펙(진로 관련 활동) 못지않게 내신성적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교 때 성적을 차근차근 올린 서 군은 올해 수능에서 언어 2등급, 외국어 1등급, 수리 2등급을 받았고, 사탐에서도 한국지리 1등급, 한국근현대사 2등급을 받아 최저등급기준을 가볍게 넘었다. 서 군은 자신의 내신 성적이 2~3%대라고 말했다.

"진로 관련 스펙만 갖추면 입학사정관 전형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남과의 차별성을 가지려면 결국 내신성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관된 진로활동도 중요하고요."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 왜 필요한가

서울대 경우 전체 모집인원의 80%를 뽑는 수시모집에서 전면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한다. 또 서울의 주요 상위 17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0.9%에 이른다. 33%로 가장 비중이 큰 논술전형에 육박하는 인원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교육대 신입생 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인원이 대폭 확대됐다. 서울교대는 정원의 100%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모집하고 다른 교대들도 전체 모집인원의 1/3가량을 뽑는다. 이는 지난해 선발 비율의 3배에 가까운 규모로 교육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전형이 됐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지원자가 지원한 모집단위 또는 전형에 적합한지 평가하기 위해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업계획서 등의 서류를 요구한다. 평가 과정에서는 학생의 진로, 그동안의 노력(경험, 활동, 성적), 지원한 모집단위와의 연관성 등 3가지가 하나의 맥락 안에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학생부 성적이 낮아도 붙을 수 있다'거나 '화려한 스펙이 있으면 합격하기 쉽다'는 등 막연한 기대로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이라면 목표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자신이 적합한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 평가 기준은 전공 적합성, 자기 주도성, 경험 다양성, 발전 가능성 등으로 서류, 면접, 토론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2014학년도 이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우선 자신의 학생부와 에듀팟 등에 기재되어 있는 지금까지의 활동 내용을 꼼꼼히 짚어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강점은 어떻게 나타낼 것인지 판단해 앞으로 학교생활을 계획하고 서류 준비에 일찌감치 나서야 한다.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 김기영 연구실장은 "가급적 일찍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뒤 대학이 요구하는 서류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지름길"이라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시행되는 심층면접도 지원 동기에서부터 전공 적합성을 묻는 말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가급적 일찍 경험해봐야 시간을 두고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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