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쯤이야" 무고·위증 급증…대구지검, 강력 단속 준비

A(55) 씨는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대신 운전한 것으로 진술했다가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올 4월 대구 남구 한 식당 앞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4% 상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단속된 친구의 전화를 받고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한 뒤 법정에서도 증인으로 나와 위증했다가 들통나 재판을 받고 있고, 친구는 친구대로 음주운전 벌금형을 받았다.

중대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무고, 위증 등 '거짓말 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올 8월부터 넉 달 동안 무고, 위증 등 거짓말 범죄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여 수사기관에 허위로 고소한 무고 사범 31명, 법정에서 허위 증언한 위증 사범 32명 등 63명을 적발해 이 중 1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지난해 비슷한 기간(8~12월)의 무고 16명, 위증 14명보다 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유형별로 봤을 때 무고 사범 중에선 책임을 피하기 위해 허위로 고소하는 '면책 목적형'과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허위 고소한 '보복 목적형'이 각각 14명(45.1%)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인 이익 취득을 위해 허위 고소한 '이익 목적형'이 3명으로 나타났다.

또 위증의 경우 범행이나 책임을 은폐, 회피하기 위한 '범행 은폐형'이 17명(53.1%)으로 가장 많았고, 피고인과 합의한 뒤 피해 진술을 번복하는 '피해 번복형' 8명(25%), 친족 및 친구 등 친분 때문에 위증한 '친분 온정형'이 7명(21.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신명호 대구지검 공판부장은 "악의적인 무고는 선량한 시민을 수사기관에 출석하게 해 부당하게 조사를 받게 하는 것은 물론 자칫 처벌까지 받게 할 수 있는 등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낭비하는 등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증 또한 범죄와 관련된 사실 관계를 왜곡해 재판부의 오판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의 사법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등 사회 전체의 신뢰 관계를 위협하는 범죄인 만큼 앞으로도 무고와 위증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