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양덕동 삼성 쉐르빌 아파트에 사는 김모(51) 씨는 이웃에게서 들은 얘기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쉐르빌을 지은 시공사(삼성중공업)가 주택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삼성중공업이 아파트를 짓지 않으면 쉐르빌이란 브랜드가 더 나오지 않을 테고 그러면 브랜드 가치 하락에 이어 아파트값도 덩달아 떨어지지 않을까요?"
그는 쉐르빌로 이사 오기 전 대구의 한 아파트에 살았지만, 시공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집 유지 보수 등에 애를 먹은 경험을 떠올렸다.
◆삼성중공업 주택 사업 손 떼나?
삼성중공업이 주택 사업을 접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주택사업은 삼성물산이 전담하게 되며 삼성그룹 계열사 빌딩 건축'구조 변경은 삼성에버랜드가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성이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계열사 간 건설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삼성은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중공업의 쉐르빌 두 개 주택 브랜드로 사업을 벌여왔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년간 1조원을 넘었던 매출(2010년 1조299억원, 2011년 1조736억원)이 올 3분기까지 6천여억원으로 감소했다. 종합시공능력 평가액(대한건설협회 기준)도 올해 26위로 2003년(11위)에 비해 15단계나 떨어졌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건설사업부 소속 임직원 100여 명을 삼성에버랜드 내 건설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등 건설사업에 일부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조선사업이 주력이지만 총 매출 13조3천586억원 가운데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8%(1조736억원)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조선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주택사업(쉐르빌) 철수와 관련 "직원들 사이에 주택 부문을 접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쉐르빌 입주민들도 시큰둥
삼성중공업이 '쉐르빌' 브랜드로 알려진 주택사업을 접는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입주민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는 아파트 가격을 지탱하는 요소인데다 쉐르빌 아파트가 더 나오지 않으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입주민들이 브랜드를 많이 따져 브랜드 단절의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경북지사장은 "삼성 래미안, 현대 힐스테이, 대림 이편한세상 등 건설사마다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쏟아 붓는 것처럼 소비자들도 아파트 브랜드를 주거 만족도에 포함 시킨다"며 "만약 쉐르빌이란 브랜드가 연속성을 잃으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포항 양덕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주변 단지보다 삼성 쉐르빌의 분양가는 3.3㎡당 100만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양덕에는 삼성 쉐르빌외에도 여러 브랜드의 대규모 아파트가 잇달아 들어섰지만 쉐르빌은 브랜드 밸류에서 앞서기 때문에 경기 불황에도 가격 억제력이 크다. 브랜드가 통상 아파트 시세의 10%가량 높게 형성되는 게 정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주택부문에서 손을 떼더라도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등 브랜드 파워가 큰 계열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동요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삼성중공업의 쉐르빌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 삼성물산이 기존 단지를 맡으면 래미안의 후광효과를 본다는 것.
현재 대구경북은 2010년 준공한 수성구 범어동 쉐르빌(213가구)을 비롯해 포항 양덕동 쉐르빌(945가구)이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