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음식 이야기] 우무와 한천(1)

우뭇가사리 삶은 우무, 동결 해동 반복하면 한천

가을철 수확한 밤이나 팥, 호박 등을 삶아 으깬 앙금에 한천과 설탕, 물엿을 넣고 졸인 후 판에 부어 식혀 굳히면 전통 우리의 먹거리인 양갱이 만들어진다.

달콤하고 쫀득한 양갱을 만들려면 한천이 있어야 한다. 한천은 우무에서 얻어진다. 우무란 우뭇가사리를 푹 삶으면 끈적한 점질물이 가득한 액이 되는데 그 액을 굳혀 묵처럼 만든 것이다.

한천은 이렇게 얻은 우무를 자연에서 저온을 이용하여 동결과 해동을 반복하면서 말린 것이다. 저장성을 좋게 하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 이것을 갈아서 보관하여 사용하면 편리한데 사용할 때는 미지근한 물에 불려 여러 가지 곡물 앙금에 혼합하여 졸여 양갱을 만든다. 우뭇가사리는 바닷말의 일종으로 홍조류에 속하며 7~9월에 채취한 것이 한천의 양이 가장 풍부하다.

천연 한천과 공업용 한천의 차이점은 우무의 탈수방법에 있다. 천연 한천은 겨울철 바깥에서 천연동결, 자연해동, 천일건조를 반복하면서 건조하지만 공업용 한천은 주로 압착탈수와 열풍건조를 실시하여 제품화한 것이다. 즉 천연 한천의 제조는 건조한 우뭇가사리를 삶아 나무상자에 굳혀서 이것을 바깥에 내놓아 -5~-10℃에 두면서 찬 공기로 동결하였다가 낮에 해가 나면 기온이 올라 5~10℃의 저온에서 융해되면서 수분이 빠져 건조되기를 일주일 정도 반복한다. 젤리 상태의 우무가 동결에 의해 한천질과 얼음 결정으로 나뉘어지고 이것이 녹을 때 한천질과 물이 분리되는 것이다. 이 탈수공정을 동결시키지 않고 기계화에 의해 즉시 탈수→농축→건조 과정을 거친 것이 공업용 한천이다.

한천은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의 세포벽 성분이며 주성분은 다당류인 갈락탄(galactan)이다. 이것은 다시 아가로오즈(agarose)와 아가로펙틴(agarope ctin)으로 되어 있는데 이 중 겔(gel)화되는 힘이 강한 것은 아가로오즈이다. 겔화 성질이 약한 아가로펙틴과의 비율은 7대 3 정도이다.

한천은 열수나 온수에 용해하여 시럽과 같은 교질용액(sol)이 되고 이것을 냉각하면 응고성이 강한 겔화 능력이 생기는데 이를 이용하여 식품가공에 다양하게 활용한다. 한천의 용해온도는 80~100도이고 응고온도는 30도 정도다. 빵'과자'우유'유제품'청량음료 등의 가공식품에 안정제로 사용되며 푸딩, 젤리 등의 재료에도 이용된다.

한천으로 식품을 만들 때 응고성에 대해 몇 가지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첫째는 시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한천은 먼저 물에 담가서 불린 다음 끓여서 녹이는데 이때 가열하는 시간에 따라 겔의 강도가 다르다. 한천 액은 약 1시간 가열한 것이 강도가 높고 그 이상으로 가열하면 강도가 떨어지게 된다. 또 가열 시 젓기는 눋지 않는 정도로 최소한으로 하여야 용액의 점성 저하를 막아 좋은 응고성을 이끌어낸다. 둘째, 설탕의 첨가는 8~10%가 적당하며 그 이상이면 오히려 점탄성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한천이 완전히 녹은 후 설탕을 녹여야 한다. 한천이 녹기 전에 설탕을 넣으면 물을 흡수하여 한천이 잘 녹지 않는다. 셋째, 과즙이나 산을 첨가하면 산성으로 되어 응고에 방해가 되므로 산도는 5.4 이하가 되지 않도록 한다. 넷째, 우유를 첨가할 경우 우유 중의 단백질이나 지방의 물리화학적인 영향으로 겔 강도를 약화시키므로 첨가할 경우 소량만 사용한다.

한천은 점질성의 복합다당류이며, 일종의 식이섬유원으로 혈압 강하,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대장암 예방, 혈당 감소, 당뇨병 예방 및 면역력 증강 효과가 있다. 우무는 소화기관에서는 소화되지 않으므로 영양적으로는 가치가 없으나 비만 방지용 저칼로리 식품으로 아주 우수하며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변비를 막는 완화제로 이용된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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