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술자리가 줄어들고 문화'레저 송년회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대선까지 겹쳐 술자리 송년회는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달라진 송년회…술자리는 사절=경산에 있는 의료기기 생산회사 연구원인 이은미(31'여) 씨는 요즘 일주일째 송년회 장기자랑 연습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3년 전부터 송년회를 열어 장기자랑을 잘한 팀에게 수백만원의 상금을 주기 때문이다. 이 씨는 "회사 송년회가 음주 문화에서 벗어나 전 직원이 즐기는 분위기로 변하자 다들 연말 송년회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시끌벅적한 술자리 문화가 아닌 문화'레저 회식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송년회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호텔파티와 공연'콘서트 등 문화활동, 등산'스키'캠핑 등 레저활동, 봉사활동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김미진(43'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올 송년회에서는 와인을 곁들인 레스토랑 저녁식사와 콘서트 관람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선아(28'대구 북구 복현동) 씨도 "회사에서 송년회 비용으로 유명 아웃도어 의류를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며 "건강도 챙길 겸 직원들과 등산 송년회를 가진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많은 회사나 소규모 동아리, 계모임 등에서는 호텔이나 모텔, 파티룸을 빌려 조촐한 파티를 하기도 한다. 인터불고 호텔 박원기 팀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호텔 연회장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장기자랑을 하는 형태로 송년회가 바뀌었다"며 "여성들 가운데는 친구들끼리 3, 4명 모여 객실에서 파티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벤트 카페 엔스토리 최미선 대표는 "지난해 12월 예약이 25건 정도였는데 올해는 45건 정도 접수돼 있다"며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찼으며 평일에도 1, 2건씩 예약이 돼 있어 송년 파티 문화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 분위기 타고 연말 특수 실종=1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 음식점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청과 중구청 등 행정기관이 모여 있어 퇴근길에 공무원들이 들러 회식이나 단체 모임을 갖던 곳이지만 1, 2개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없었다. 경기 불황과 대선 영향으로 음식점에 한파가 몰아친 것이다.
한 한정식 식당 업주는 "이곳에서 장사한 지 33년째지만 이렇게까지 대선 흐름을 탄 적은 없었다"며 "부근 행정기관에서 오는 단체 손님들을 기다려보지만 오지 않아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술자리 없는 연말모임이 뜨는 가운데 올해는 대선까지 겹쳐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상당수 음식점들은 낭패를 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기간 중 향우회, 동창회 등 모임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년 같으면 연말 모임으로 활기를 띠었을 음식점들은 단체 손님이 줄었다며 울상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는 관공서 주변의 음식점을 중심으로 손님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대구 달서구 본동 일대는 부근에 구청,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등 관공서가 모여 있어 회식을 하려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 음식점들도 가족단위 손님을 제외하고는 단체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평소보다 조용했다. 한 횟집의 경우 12월이 되면 4명 이상 단체 손님의 예약이 꽉 차 있었지만 올해는 단체 예약 건수가 크게 줄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깃집 업주 이모(53) 씨는 "연말인데도 평소보다 손님이 줄어 가게가 더 썰렁하다"며 "대선이 끝나도 연말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구청 관계자들은 "공직기강 확립과 선거 중립을 요구하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회식 등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한 관계자도 "술자리를 동반하는 연말모임에서 불필요한 언행으로 실수를 하면 구설에 오를 것 같아 사적인 모임도 대선 이후로 미룬다"고 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