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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책!]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고규홍 글·사진/휴머니스트 펴냄

'나무 인문학자'를 자처하는 저자가 전국의 나무들을 만나며 나누어온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저자는 특히 사람과 나무의 살림살이에 초점을 맞춰 나무를 살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이 유난히 나무를 아끼고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나라에는 은행나무가 참 많다. 특히 조선시대 때 많이 심었다. 그 이유는 옛날에 공자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가르침을 베풀 때 은행나무 아래에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교를 받드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공자를 따라서 은행나무를 심었다.

저자는 나무를 열정적으로 찾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조차 잊혀가던 나무를 찾아내 천연기념물로 등재시키기도 하고, 60년 만에 꽃을 피운 나무의 소식에 반가워한다.

도산서원의 매실나무에는 퇴계 이황과 얽힌 이야기가 전해온다. 관기 두향은 퇴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선물을 하지만 거절당한다. 이때 매화나무를 선물하자 퇴계가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 퇴계는 다음 부임지로 떠날 때 매화나무를 갖고 갔으며 나중에 도산서원을 짓고 거기에 옮겨 심고는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두향은 초막을 짓고 20년 동안 정절을 지키며 살았는데, 퇴계가 이승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했던 말은 '저 나무에 물 주거라'였다고 한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는 1980년대 수몰될 위기에 처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보존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4년간 23억원을 들여 나무 한 그루를 살려냈다. 그 금액은 지금으로 따지면 200억원이나 된다. 저자를 통해 전국의 아름다운 나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나무를 보는 건 그리움을 쌓아가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고 나무처럼 늙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도 직접 찍어,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411쪽, 2만3천원.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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