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범함이 위대함" 성석제 첫 번째 연애소설…『단 한 번의 연애』

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고래잡이배 포수의 딸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연애와 구원의 서사를 담아낸 아름다운 소설이 탄생했다. 소설가 성석제의 첫 번째 장편 연애소설 '단 한 번의 연애'는 초등학교 입학식날 만난 소녀를 평생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한 사람이 소년에서 중년이 될 때까지 겪어야 하는 일은 얼마쯤 될까. 그가 감당해야 할 세월의 무게와 개인적 고뇌는 얼마쯤 될까. 소설 '단 한 번의 연애'는 인생의 갖가지 굴곡과 시대적 폭력 속에서 오직 한 여자만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풀어간다. 성석제는 이 작품에서 특유의 유머와 통찰, 자기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외적이고 매혹적인 한 여인을 향한 한 남자의 간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동해안 어촌마을(포항 구룡포)에서 태어난 남자(이세길)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 고래잡이배 포수의 딸 박민현을 만나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만다. 세길은 그날부터 유년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시절, 군대시절을 거쳐 사회인으로 살면서 박민현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그녀가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그녀가 부르면 달려가고, 그녀가 위험에 처하면 온 힘을 다해 구하려고 애쓴다. 그 과정에서 세길은 황홀하고 달콤한 사랑을 얻기도 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는 깊은 좌절과 극한의 희열 사이를 오고가면서도 민현을 향한 사랑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남녀의 사랑의 서사인 동시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인공들이 일상의 폭력을 극복해가는 구원의 서사이다. 고래잡이배의 포수인 아버지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식모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민현은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 민현을 사랑하는 세길의 연애에는 삶의 폭력성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고, 한국 현대사 50여년의 격렬한 물결이 새겨져 있다. 세길의 사랑은 험난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본질, 가혹한 시대적 현실에 비해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의 평범한 사랑은 비범하지만 위안 받을 길 없는 민현에게 구원의 도피처가 된다.

작품 속 여자 주인공 민현은 특출하고 예외적인 여자다. 일탈을 일삼지만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걷지만 탄탄대로를 달리고, 주변에 수많은 남자들이 따르고 전 세계에 애인과 지인을 두었다. 이에 반해 세길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민현처럼 일탈을 일삼지 않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성공가도를 달리지도 못한다. 이 평범한 남자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자 민현의 곁에서 그녀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그 자리에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 그토록 대단한 민현 역시 평범한 세길과 함께 있을 때 진정한 자신이 되고 휴식을 얻는다. 아마도 이것이 이 소설이 탐색하고자하는 본질일 것이다.

소설 '단 한 번의 연애'는 일상의 폭력을 극복해내는 사랑의 서사인 동시에 인류가 극복해 나가야 할 폭력은 무엇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는 "성석제의 '단 한 번의 연애'는 19세기 세계문학 중에서 단연 백미로 꼽히는 허먼 멜빌의 '백경'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소재와 주제의 자장 안에 있으면서도 이들 작품과 다른 시각에서 시대적 역전 현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백경'이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위대한 정신을 다루었다면, '단 한 번의 연애'는 인간의 탐욕이 자연(고래)에 가하는 폭력을 경고하고, '죄와 벌'이 라스콜리니코프의 윤리를 구원하는 소냐의 여성적 치유를 그렸다면, '단 한 번의 연애'는 민현을 향한 세길의 헌신과 평범함으로 위대함의 빈틈을 메우는 포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300쪽, 1만2천5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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