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살아갑니다"…포항바이오파크

중증장애인 고용시설인 포항바이오파크 김상조(뒤편 맨 오른쪽) 대표와 직원들. 그들은 이곳을
중증장애인 고용시설인 포항바이오파크 김상조(뒤편 맨 오른쪽) 대표와 직원들. 그들은 이곳을 "일터라기보다 함께 생활하는 집이자, 공동체"라고 말한다. 신동우기자

"저는 장애가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만든 과자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제일 좋아요."

지적장애 2급의 김우수(가명'21) 씨. IQ 70이 안 되는 중증장애인이지만, 오전 8시만 되면 여느 사람들처럼 바쁜 출근 준비에 정신이 없다. 30분 남짓 걸려 김 씨가 출근한 직장은 포항시 남구 대도동의 중증장애인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포항바이오파크. 그는 이곳에서 쿠키나 차 등의 제품 포장일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아침마다 잠이 오고 힘들어도 옛날에는 갈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직장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사회복지사)들을 매일 만나 너무 좋다"면서 "월급날이면 내 돈으로 통닭을 사서 엄마, 아빠랑 같이 먹는 게 가장 신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2009년 11월 16일 포항바이오파크는 보건복지부 지정 중증장애인 고용시설 시범사업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10여 명의 지적장애인이 상황버섯차나 쿠키 등을 만들던 초라한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4년여가 흐른 지금 연매출 8억원을 달성할 만큼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들도 현재 지적장애 40명, 발달장애 5명, 지체장애 5명, 청각장애 2명 등 총 52명으로 늘었고, 쿠키 등 간단한 먹을거리가 전부였던 제품은 철분제와 엽산 등 건강기능식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장애인들도 자신의 힘으로 돈을 모아 가정을 꾸리거나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래를 여는 힘이 됩니다."

포항바이오파크의 김상조(49) 대표는 "장애인 '재활'을 위한 사업장은 많지만, 장애인의 '생활'을 위한 사업장은 드물다"고 말한다.

포항지역에는 현재 총 5곳의 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이 있다. 하지만 이 중 4대 보험과 최저임금 보장 등 장애인들에게 근로자로서의 기본권리를 모두 보장해주는 곳은 고작 2곳이다. 나머지 3곳은 직장이라기보다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재활시설에 가깝다.

반면 포항바이오파크의 임금은 복지시설로서는 상당히 높은 액수다. 보통 3~4개월이 걸리는 훈련생 시절에는 40만~48만원 수준을 받고, 어느 정도 숙달이 돼 정식 공정에 투입되면 업무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열심히만 하면 더 높은 수당을 지급한다.

"바이오파크는 기업체이자 복지시설입니다. 기업체이니 당연히 이윤을 내야하고,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이윤은 모두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직원들이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현재 어엿한 대표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김 대표의 이력은 원래 대학교수이다. 경주 서라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던 그는 2009년 11월 1일 포항바이오파크의 위탁운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표로 취임했다. 처음 대표 상품으로 식품업을 선택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사업 시행초기 "가뜩이나 장애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데 더욱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식품업을 택했느냐"는 질타는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다들 '장애인들, 그것도 지적장애인들이 만든 음식을 누가 사먹겠느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식품이란 것은 청결이 우선되는 것 아닙니까. 청결에 신경 쓰다 보면 '우선 아이들이 깨끗해져 건강해지겠다. 이거 일석이조이겠구나'고 당시에는 무릎을 칠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의 생각과 노력은 옳았다. 4년여 간 제품 질 향상에 노력한 결과 현재 포항바이오파크의 모든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청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포항바이오파크의 철분'엽산제 건강기능식품은 최근 보건복지부의 임산부 지원사업을 위한 납품까지 노리고 있을 정도다.

"장애인사업장이라고 해서 동정을 호소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정말 뛰어난 제품으로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이렇게 번 돈으로 장애인들이 당당히 세금을 내고 국민으로서 떳떳이 살아가지요. '장애인이 일하는 기업체'가 아니라 '장애인이 살아가는 기업체'가 되려 합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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