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낮으로 전국 유세 강행군 '체력도 대통령'

朴-하루 넘겨 귀가 일쑤, 3시간 수면 文-늦을땐 승합차서 취침, 율

18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2강(强) 5약(弱)' 구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빅2'는 박빙 양상이다.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도 사흘 남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전국을 광폭적으로 누볐다. 빨갛고 노란 물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어떤 파고가 더 셌는지는 19일 결판난다.

◆박근혜, 21시간의 강행군

박 후보는 하루를 넘겨 귀가하는 경우가 잦았다. "우리 후보는 잠이 없어요". 그를 돕는 실무진은 힘들다는 말은 않고 박 후보가 무척 열정적임을 에둘러 말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박 후보는 자택의 팩스 옆에 수북이 쌓인 각종 보고서를 검토하기 시작한다. 당일 유세에서 지적된 점, 유세의 반응, 정책 아이디어 등을 직접 점검하는 편이다. 새벽 3, 4시에 콜백(call-back)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 뒤 박 후보가 잠을 청하면 실무진도 잠깐 눈을 붙인다. 무척 피곤한 날이면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의견을 리턴(return)해 준단다. 새벽 4, 5시쯤이다. 수면시간은 평균 3시간 정도로 추산한다.

박 후보의 공식 일정은 보통 오전 8시부터다. 여성이어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경선 직후 바꾼 카니발 승합차에 탑승해 일정을 시작한다. 그전에는 에쿠스 승용차를 탔지만 고속도로에서 기동성이 없었다. 지방 일정이면 비행기와 KTX를 이용했다. 카니발은 하루 먼저 목적지에서 대기한다.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박 후보를 중심으로 '대군'(大軍)이 움직인다. 패트롤팀, 경호팀, 수행팀은 함께 움직이고,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이 중심이 된 선발대는 A, B, C팀 등으로 나뉘어 각 거점에서 준비한다. 수십 명이 박 후보를 측근 보좌한다. A팀의 행사가 끝나면 C팀이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해 대기한다. 유권자와의 약속시간을 지키고자 돌발변수를 체크하기 때문에 박 후보가 예정시간을 넘긴 유세는 거의 없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아침과 점심은 차량 안에서 때우는 경우가 많다. 주로 '작은 도시락'이다. 각 거점에 부탁해 단출한 도시락을 미리 준비한다. 박 후보는 소식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생리적 욕구는 고속도로 휴게실 등에서 해결하기도 하는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본인이 노력한다는 전언이다.

박 후보는 차량 속에서도 눈을 붙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캠프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지지자들을 격려하는 전화도 주로 차량 안에서 이뤄진다. 서울~경기~강원~충청을 하루에 움직인 때도 있었고, 부산에서는 거의 전 지역구를 하루 만에 돌기도 했다.

이춘상 보좌관과 김우동 홍보실장이 유세 수행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뒤 유세 일정이 다소 조정되기는 했지만 일부 실무진은 "이러다 우리가 뻗을 지경"이라고 힘들어하고 있다. 정치부 기자들의 취재차량도 박 후보의 동선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가혹한 일정과 동선이다. 한 취재진은 "힘든 일정에도 박 후보는 운동화가 아닌 단화를 고집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유권자를 만나는 데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문재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수행팀, 메시지팀, 경호팀, 유세지원단이 따른다. 해당 지역에서 대중성과 영향력을 갖춘 유명인사와 각 지역 유세단이 함께한다. 대략 50~60명 규모다. 대형버스와 승용차 등 5, 6대로 나눠 전국을 누비고 있다.

후보를 포함한 유세단의 최대 고민은 의식주 해결. 선거 중반 한파가 덮치면서 추위와의 전쟁도 큰 고민거리였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과 같이 '색(色)의 통일성'에 신경을 썼다. 노란색 점퍼나 목도리, 그 외 각종 선거운동 도구를 '깔맞춤(?)'했다. '기호 2번'과 '정권교체', '투표율 제고' 메시지도 되도록 선거 복장에 녹이려고 애썼다.

유세지원단 측은 "일부 유권자가 선거운동 아이템을 현장에서 달라고 해 난처한 때가 많았다"고 웃기도 했다. '자발적인 지지'를 원하는 민주당으로선 거절하기 어려워 여분을 많이 준비해야 하는 고충도 컸다고 토로했다.

먹거리 공수도 간단찮은 일이었다. 얼마나 더 유권자와 함께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기 때문. 후보는 공식적인 식사자리가 있는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점심, 저녁을 이동 중에 해결했다. 유세단 역시 휴게실 식당을 이용하거나 이동하는 버스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지지자들이 "고생 많다"며 준비해 온 간식거리가 힘이 될 때도 많았다고 한다. "후보의 목 관리와 유세지원단의 피로 회복 특식은 대부분 지지자에게서 공수했다"는 것이 유세단의 전언.

지방에서 하루를 묵을 경우 숙박지 마련도 쉽지 않다. 갑작스런 외박은 차량에서 보냈다. 유세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

문 후보는 KTX로 이동하면서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때에도 자신의 승합차를 고집한 적도 있다고 한다. 고속열차가 시간을 아껴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음 유세에서의 원고 정리나 선대위의 중요한 의사결정 등을 위해서는 집무실 개념인 승합차가 낫다는 것이다. 공공의 이동수단에서 회의를 할 경우 주위의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문 후보의 배려도 엿보인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일부 선남선녀 유세지원단 회원은 현장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후보를 포함한 다른 저명인사의 체면(?)을 깎아 후보가 직접 율동 실력을 갑자기 뽐내야 할 때도 있었다. 문 후보의 유연한 대처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 후보는 드러난 공식일정 외에도 내부회의, 비공개 접촉, 각종 크고 작은 모임, 현안 공부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늘 피곤한 상태라며 부인이 항상 건강상태를 챙기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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