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에게, 서민은 밥이고 봉…『금융의 배신』

금융의 배신/백성진'김진욱 공저/맛있는 책 펴냄

서민들에겐 잃어버린 10년(김대중'노무현 정부) 보태기 5년(이명박 정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대기업들엔 특혜성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대기업들은 국민 세금으로 회생했고, 부자들은 고금리 혜택을 누렸다. 반면 가난한 서민들은 개인부도에 파산,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15년 대한민국 금융은 서민들을 철저히 배신했다. 물샐 틈 없이 철저한 천민자본주의의 냉혹한 논리를 실천했다. 부자에겐 저리(단 자릿수 %의 이자)로 수억원을 빌려가라고 권유하면서, 수백'수천만원이 아쉬워 전전긍긍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겐 고리(두자릿수 %의 이자)로 빌려주거나, 각종 꺾기(다른 보증 또는 금융상품 가입권유) 등으로 이중고통을 전가했다.

이런 악덕 선진(?) 금융정책 탓에 대한민국 중산층 상당수는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사회 불안(자살, 흉악범죄 또는 생계형 범죄 등)은 더 가중됐다.

좀 더 적나라한 현실은 이렇다. 1% 특권층은 제1금융권 VVIP, 부유층은 신용등급 1∼3등급 제1금융권 특급대우, 중산층은 신용등급 4∼6등급 제1금융권 거래유지, 차상위계층은 신용등급 7∼9등급 제1금융권 위험 관리대상자(잦은 연체로 주로 카드 돌려막기로 연명), 그 이하 등급은 제1금융권에서 취급대상에도 포함되기 어렵다. 제1금융권에서 외면받은 이들의 상황도 각각 다르다. 1단계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이용자(20% 이상의 고이자 부담), 2단계는 일본계 자본이 투입된 긴급자금 전문 금융사(각종 TV광고에도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3단계는 사채, 달러 빚 등 신용불량자 신세(신체 포기각서 또는 장기매매). 실업, 질병, 사기 등이 더해지면 허우적대다 100% 경제적 파탄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대한민국의 이 안타까운 15년이 바로 '금융의 배신'이다. 이 저서는 표지에서 '당신이 바로 금융에 밥이고, 봉이고, 졸이다'라고 대놓고 쓰고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 은행, 카드사, 증권사에 다시는 당하지 않으려면 꼭 읽어야 할 금융생활 지침서라고. 두 저자에 대한 소개도 빠뜨릴 수 없다. 백성진은 올해 9월 채무자 시민단체인 '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을 탄생시켰으며,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금융정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진욱은 성균관대에서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범위와 한계에 관한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금융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은행, 카드사, 증권사들로 대표되는 금융사들은 이제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쥐꼬리만큼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자각하고, 분노하고, 참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자신이 당했다고 생각이 든다면, 금융 관련 각종 단체나 협회에 가입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강하게 분노의 장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항의도 하고, 시위에도 참석하라. 그것도 싫다면 응원이라도 해라. 두 저자는 결코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친다. '금융사들은 우리의 돈으로 먹고사는 족속들이다!' 204쪽, 1만3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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