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오랜만에 큰 눈이 내렸던 날, 지인들과 함께 공연을 보기로 한 날이었다. 갑작스럽게 많이 내린 눈 때문에 교통은 마비되고, 매섭게 콧날을 스치는 추운 날씨는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쉽사리 뗄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오랜만의 공연장 나들이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당도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공연 보러오기를 포기했으리라는 걱정 어린 예상과는 달리 공연장 앞은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열기가 넘쳐서 사람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와 그 수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데 이 날 폭설보다 더 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목이 간질간질거리며 기침이 너무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조용한 분위기에서 모든 사람이 공연에 집중하고 있는 그 상황에 자칫 기침이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안간힘을 다해 참느라고 정말 힘들었다.
원래 강의실이나 공연장에 사람이 100명 정도 모이면 1분당 2.5회의 기침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서정적인 멜로디에 심취해 있을 때 한 사람의 기침이 자칫 연주자의 집중력뿐 아니라 감상하는 청중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불청객이 되어 버릴 수 있다.
1999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필하모닉의 공연 도중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3악장 라르고에 접어들자마자 지휘석에서 내려와 무대 뒤로 나가버렸다. "인간의 고뇌하는 모습을 아주 느린 템포로 아름답게 묘사해야 하는 대목인데 빠른 기침 때문에 나, 오케스트라, 청중 그 누구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는 그의 기침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기침은 신경을 쓰면 쓸수록 더하게 되기 마련이다. 또 기침은 목이 건조하면 심해지므로 공연 전에 따뜻한 물을 한두 잔 마시면 도움이 되고, 캔디류 등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최근에는 초콜릿이 감기 기침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만성 기침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콩에 존재하는 테오브로민을 매일 1천mg씩 14일 동안 투여한 결과 60%가 기침이 완화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무가당 초콜릿 바를 먹으면 만성기침을 진정시킬 수 있지만 체중 증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에 유념토록 하자.
이번 공연 중 기침을 참느라 애쓴 경험 덕택에 소중한 가르침을 하나 더 얻고 간다. 앞으로 공연이나 회의 등이 있을 때 미리 목을 촉촉이 할 수 있는 물을 준비하고, 캔디나 초콜릿을 미리 챙겨가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주위도 배려하면서 본인 또한 근심 없이 공연에 집중하며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교훈을 말이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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