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여종에 꾸중들은 친일파 이근택

"너는 대신이 되어 나라의 은혜를 얼마나 입었는데 나라가 위태로워도 죽지 않고…너는 참으로 개만도 못한 놈이다. 내가 비록 천한 사람이지만 어찌 개의 종이야 될 수 있겠느냐? 내 칼이 약하여 너를 만 동강이로 베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나는 다시 옛 주인에게 돌아가겠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 체결에 찬성해 박제순 이지용 이완용 권중현과 함께 을사오적(乙巳五賊)이 된 이근택(李根澤)이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늑약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이근택 아들에게 시집온 며느리를 따라왔던 여비(女婢)가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이근택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1910년 경술국치에 자결로 저항한 우국지사 황현(黃玹)이 남긴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늑약 체결 발표 뒤 장지연은 11월 20일 자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사설에서 "저 개돼지만도 못한 정부대신이라는 자는 자기의 영달과 이익을 바라고 위협에 겁을 먹어 머뭇거리고 벌벌 떨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도적"이라며 오적을 개돼지로 불렀다. 이근택은 1906년 2월 16일 새벽 분노한 민중의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기도 했는데, 그를 암살하려 한 독립운동가 기산도(奇山度) 등은 붙잡혀 고문을 당했다. 나라를 팔아 호강을 누리던 그는 1919년 오늘 죽었다. 영원한 역사의 죄인으로. 

정인열<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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