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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아리랑과 사투리

'아리랑'이 이달 5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아리랑의 등재를 계기로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아리랑의 전승 활성화와 그 지원을 위해 '무형문화재 아리랑 전승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아리랑은 강원도 아리랑을 제외하곤 대부분 창작된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부르는 아리랑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춘사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다. 이 아리랑이 '본조 아리랑'(서울·경기아리랑)이라고 불린다. 밀양아리랑은 1920년대, 진도아리랑이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 또 남·북한과 해외를 합쳐 400여 곡의 아리랑이 있다고 한다. 물론 1936년에 만들어진 대구아리랑도 있다. 이렇듯 지역별로 독특한 아리랑이 존재한다는 점이 이번 등재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도 지역별로 존재하지만, 사투리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전 지역의 한 방송사가 사투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투리로 랩을 하는 래퍼의 내랩션(NaRepion, 랩과 내레이션의 합성어)으로 이뤄졌다. 이 래퍼의 노래 중에 제목이 '무까끼하이'라는 노래가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유는 제목이 일본말 같다는 것이다. 래퍼는 어느 나라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절대 우리나라 말은 아닌 '치티치티뱅뱅', 'Chu~' 같은 곡들은 아무 문제 없이 방송하면서 사투리 곡은 불가판정을 받은 이유를 되물었다. 일본말이 사투리 같지 어찌 사투리가 일본말 같은가?

'무까끼하다'는 경상도 사투리다. 무뚝뚝하고 투박하고 무식한 그런 부류의 사람을 봤을 때 '당신은 참 무까끼합니다'처럼 사용한다. 사투리다 보니 당연히 표준어만 수록하는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취업면접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사투리를 쓰면 무식해 보인다는 인식 때문에 사투리 교정학원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사투리는 탯말이다. 즉 고향의 말이다. 우리가 나고 자란 엄마의 말이다. 그런데 세상은 이 탯말을 등지라고 한다. 자기의 고향을 등지라는 소리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가 된 것은 서울의 본조 아리랑 때문이 아니다. 지역별로 독특한 아리랑이 존재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역의 정서를 담아내고 나아가 한국인의 고유정서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역의 정서를 담은 사투리에도 애정을 가져야 한다. 사투리는 표준어가 전할 수 없는 '정감'을 전할 수 있다. 표준어만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 사투리는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지역의 고향 말, 즉 우리말이다.

김은환<'굿 프랜즈 아츠 그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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