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지자체 주도의 신지역산업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15년 동안 중앙정부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비수도권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산업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DJ 정부의 대구, 부산, 광주, 경남 등 4개 지역의 특화산업 육성정책을 시작으로 참여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13개 지자체에 테크노파크를 설립하여 4대 지역전략산업의 육성정책을 추진하였으며, MB 정부는 5+2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추진하였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약 8조7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지역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한 결과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업 중심의 R&D 추진을 통해 지역기업의 혁신역량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매출액 증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전략산업 육성사업과 선도산업 육성사업이 2012년에 종료됨에 따라 주무부처는 그동안 추진된 사업 성과를 면밀히 조사'분석하여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한 신 지역산업 육성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지역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지원 규모는 확대될 것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지역정책의 방향 전환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발간된 지역산업 육성정책의 추진 성과와 문제점에 관한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검토하면 새로운 지역산업 육성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명칭과 내용이 유사한 사업들의 과감한 정리 및 통합, 지역별로 설립된 기업지원기관들의 통폐합 및 거버넌스 일원화, 행정단위별 추진사업과 광역경제권별 추진사업의 명확한 조정, 신규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기업 육성 및 유치에 대한 지자체장의 책임과 권한 강화 등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지역의 자율성,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새로운 지역산업 육성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기존의 하향식 정책 수립 방식과 차별화된 '상향식' 정책 수립 과정의 도입이 필요하다. 전국의 16개 광역지자체의 지역산업 특성, 지역혁신 역량, 산업지원 인프라 구축 상황, 인력 배출 현황, 지역기업의 경쟁력 등은 상당히 다름에도 중앙정부 주도의 기존 지역정책은 유사한 사업 내용, 같은 사업 추진 체계 및 방식, 하나의 평가기준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제는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차이점을 고려한 창의적인 사업 내용을 지역 스스로 설계하여 중앙정부에 제안한 후 철저한 사업성과 평가를 통해 차등화된 재정지원을 받는 방식의 광역지자체별로 차별화된 산업육성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략산업과 선도산업의 지정 과정도 지역 주도로 추진되었지만, 주무부처가 지역 역량 및 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지역에서 4개 분야를 선정토록 획일적으로 요구하는 바람에 선정과정에서 지역 내 갈등과 분열을 일으켰으며 지역 기반이 전혀 없는 산업을 지정하여 재원 투입 효과가 미흡한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이번에는 지역별로 테크노파크나 기획단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육성산업의 선정 작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위원회는 지금까지 지역에서 추진된 지역산업 육성사업의 성과를 산업별로 심층 조사'분석하여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과 앞으로 육성방안을 수립하고 나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원정책을 도출하는 작업을 수행토록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입대비 성과가 미흡한 산업군은 과감히 배제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지역 대표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광역시는 2개 산업, 광역도는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2~4개 산업을 선도전략산업으로 지정하여 육성하는 행정단위별 차별화된 육성전략 수립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기존의 전략산업 또는 선도산업으로 지정된 분야 중 탈락한 분야는 지역 특화산업으로 지정하여 육성하는 방안도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역별로 추진한 지역산업 육성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습득한 경험과 시행착오는 새로운 정책 추진방식의 성공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상룡/경북대 LINC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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