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은 '돈 되는 장사'다. 노인 환자는 큰 수술과 치료가 필요 없는데다 입'퇴원이 빈번하지 않아 병상만 채워도 돈이 된다는 것이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국에 있는 요양병원 숫자는 이미 1천 개를 넘어섰다.
대구에서만 요양병원 47곳이 영업 중이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이 이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가격 경쟁에 내몰린 병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을까.
◆요양병원 1천 개 시대
전국에 있는 요양병원은 자그마치 1천67개. 2005년 203개였던 요양병원은 7년 만에 860여 개나 더 늘어났다. 대구의 요양병원 증가세도 가파르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5년 11개였던 병원은 올해 말 기준으로 47개로 집계됐다.
이처럼 요양병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일반 종합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개설 기준' 탓이다. 종합병원 및 병원은 연평균 일일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가 1명 이상 있어야 하지만 요양병원은 한의사를 포함해 입원환자 40명당 1명만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입원 환자 120명이 있는 병원에 의사 3명만 있어도 의료 인력을 충족할 수 있는 것.
간호 인력도 마찬가지. 요양병원은 입원 환자 6명마다 간호사 1명이 있어야 하는데 간호사 정원의 3분의 2 범위 내에서 간호조무사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병원을 개설할 때는 간호조무사가 간호 인력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의 근시안적인 요양병원 확충 지원정책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요양 병상을 늘려 장기 요양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융자 사업을 실시했다. 당시 3천305㎡(1천 평 남짓) 이상 요양병원을 신축하거나 요양 병상을 늘리기 원하는 병원들은 5년 거치 10년 상환의 장기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요양병원 신축은 최대 20억원, 기존 병상을 요양 목적으로 바꾸기 원하는 병원들은 최대 10억원까지 지원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요양 병상이 적정 규모를 넘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2009년까지 지원키로 한 계획을 바꿔 2008년 융자 사업을 중단했다.
간병 인력 채용과 운영에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요양병원 운영을 쉽게 만들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지원을 받는 요양원의 경우 간병인 1명이 돌보는 환자가 최대 2.5명으로 정해져 있지만, 요양병원은 이러한 규정 자체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등급 평가 기준에도 간병 인력은 심사에서 제외된다. 일부 병원들이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간병인 숫자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서비스 질을 낮추고, 이익을 늘리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요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간병 인력이 제도화돼 있지 않다.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으로 정부의 지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급 높아야 '수가'가 높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약사나 방사선사 등 이른바 '필요 인력'의 면허만 빌리거나 '재직일수 속이기'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국에 1천 개 넘는 요양병원을 심평원이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두 방문할 수 없기 때문.
따라서 이 중 10% 정도만 임의로 찾아가고 나머지는 각 요양병원이 제출한 웹 조사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심평원은 2010년 전국 요양병원 782곳 중 81개 병원만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 속임수가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처럼 무작위로 일부 병원에만 가 현장 평가한다면 약사 면허증을 빌려 '면허 대여'를 하고 재직일수를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며 "심평원이 일일이 병원을 찾을 수 없으니 약사나 방사선사가 근무하지 않더라도 심평원에 제출하는 자료만 속이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이 약사와 방사선사의 재직일수까지 조작해 '눈속임'을 하는 이유가 뭘까. 간호 인력과 필요 인력인 약사와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이 많이 근무할수록 별도의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간호 인력 중 간호사가 전체 3분의 2를 넘어서면 1명에 1일당 2천원을 추가로 받는다. 필요 인력도 마찬가지다. 약사가 상근하고 의무기록사와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중 상근자가 1명 이상인 직종이 4개 이상이면 1일당 1천710원을 별도로 지원받는다.
수익을 위해 탈세를 부추기는 요양병원도 있다. 대구 수성구의 B인력공급업체는 올해 초 달서구의 한 요양병원과 1년 계약을 맺고 요양보호사 20여 명을 공급하는 수탁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을 한 지 한 달 만에 병원 측이 계약 파기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서 이 병원은 "B업체가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은 계약 내용을 B업체에서 허위로 기망해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계약의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B업체의 주장은 다르다. 인력 채용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부를 계약 내용에 포함했기 때문에 병원 측이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노동력을 확보해 타사와 계약을 맺고 임시로 인력을 제공하는 인력공급업은 부가가치세 과세업종이다.
이곳 사장은 "부가가치세 10%는 병원에서 우리한테 줘야 한다고 적어놨는데 나중에 다짜고짜 계약을 파기했다. 부가가치세가 아까워 인력공급업체에 부가가치세 지불 비용을 빼고 돈을 주는 등 편법을 쓰는 병원이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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