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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상비약 판매 한달…소비자 "약 없다"-업주 "손님 없다"

대부분 어린이 약품만 구비, 진통제 사러 갔지만 허탕…교체 잦은 알바생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이달 13일 기자가 대구시내 편의점 10곳을 방문한 결과 현재까지 판매가 허용된 의약품 11개 종을 모두 진열한 편의점은 없었다. 가정상비약 판매는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됐다.

해열제나 소화제는 1종 이상씩 대부분 보유하고 있었지만, 어린이용 약품이나 파스 등 일부 약품은 빠져 있었다. 김순득(41'여'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진통제를 사려고 편의점에 갔는데 어린이용 약품만 판매하고 있었다"며 "상비약 판매 편의점이 있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별도의 장소에 판매용 상비약 진열대를 마련해야 하지만 아동용 장난감이나 렌즈 세척제 등과 함께 진열한 곳도 다수였다. 호빵 기계나 기둥에 가려 약품 진열대를 찾기도 어려웠다. 홍영태(47'대구 달서구 송현동) 씨는 "말만 듣고 편의점을 찾았다가 한참 두리번거리고 나서 약품을 발견했다"며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고만 들었지 눈에 띄지 않아 아직 판매가 시작되지 않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주들은 상비약 수요가 많지 않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 한 업주는 "낮에는 찾는 손님이 거의 없고 밤에 가끔 찾는 손님이 있다"며 "일주일에 고작 3, 4개 정도 판매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도 "구색을 갖춘다고 갖다놨지만 팔리지 않아 부담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구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처를 공개하고 있지만, 판매처를 검색하고 찾는 시민은 드물다. 한 시민은 "저녁에 아기가 열이 나 우선 편의점을 찾았지만, 주변에 상비약 판매 편의점이 없었다"면서 "이왕 확대실시하는 건데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도 약품을 팔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 판매 상비약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보다 비싸다는 것도 문제다. 대구 중구 동성로 한 편의점은 바로 옆 약국에서 2천원에 팔리는 타이레놀 500mg 1정이 2천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편의점 업주는 "편의점마다 경쟁적으로 의약품을 갖춰놓는데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진열해놨지만, 약국보다 비싼데 누가 편의점에서 약을 사려 들겠나"고 했다.

종업원에 대한 교육도 부실했다. 업주들을 상대로 교육했지만 종업원들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한 달 사이에 종업원이 바뀌었지만, 재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판매가 저조한 탓에 교육을 받은 업주나 종업원도 교육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대구 남구 대명동 한 편의점 종업원 A(23) 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같은 약품을 두 개 팔면 안 된다고 들었다"며 "청소년에게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편의점 종업원 B(21'여) 씨도 "약품을 들고 오면 계산만 할 뿐 약품의 효능'용법 등에 대해 설명을 해선 안 된다고 알고 있지만, 사람들이 먹어도 될지 물어봐서 난처하다"고 했다.

대구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구'군별로 판매등록된 편의점을 상대로 점검과 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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