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태우 생가 방화 용의자 검거, 동네 긴급 반상회서 결정적 제보

낯선 차량 목격 경찰에 단서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용의자 B씨 검거의 일등공신은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 동네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이 용의자 검거에 결정적인 증언을 경찰에 전하면서 경찰의 수사가 급진전될 수 있었던 것.

용진마을에 살고 있는 가구는 총 50가구. 용진마을 주민들은 방화 사건이 알려진 13일 밤 긴급 반상회를 열었다. 노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이 나기 전 특이한 상황들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10일 밤 낯선 사람이 흰색 스포티지 차량을 생가 주변에 주차해 놓고 움직이는 모양새가 수상해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이 부분에서 단서를 잡고 12일 생가에 설치된 CCTV를 재차 확인했다. 주민들이 증언해준 차량과 같은 흰색 차량이 범행 직후 나가는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팔공산 순환도로에 설치된 CCTV도 확인해 이 차량이 10일부터 범행이 있던 12일까지 용진마을 주변을 오간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팔공산IC로 드나든 차량 중 흰색 스포티지를 골라낸 결과 B씨 여동생 명의의 차량을 범죄 의심 차량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자칫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었던 사건의 용의자를 주민들이 합심해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B씨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가에 '정의실천행동당'이라는 명의의 A4 용지 두 장의 메모를 남겼지만 경찰은 이를 수사 자료로 활용하지 못했다. B씨가 메모를 자필로 쓰지 않은데다 메모에 묻은 지문도 감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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