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수 대 진보, 대결만 있고 정책 차별화 부족

前정권 심판 프레임 갇혀 막판엔 네거티브 공방도

18대 대선은 '보수 대 진보'의 이념 대결이었다. 캐스팅 보트를 쥘 제2의 후보가 사라지면서 어느 쪽 지지가 더 큰 지가 제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통해 나타나게 된다.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누수 없는 이념 통합이 이뤄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국민대통합'을 천명하며 보수 대결집에 힘썼고, 이뤄냈다. 18대 국회 때 두드러졌던 계파 간 갈등과 마찰을 해소했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친이명박계, 비박근혜계, 쇄신소장파 등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에서 결집하면서 하나의 선거대책위원회 안에 녹아들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진보 결집에 성공했다. '새 정치'를 호소하며 '안풍(安風)'을 일으킨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가 그를 도왔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선거 사흘 전 자진 사퇴했다. 시민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 성향이 뚜렷한 시민사회단체 인사와 학계, 전문가 등을 영입하면서 '진보의 울타리'를 완성했다. 비노세력과 반노세력을 뭉쳤고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빅2'는 전(前)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틀짓기) 전쟁'을 선거 막판까지 이어갔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공동 책임론'이, 박 후보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부 유신독재에 대한 '퍼스트레이디론'과 이명박 정부 실정에 대한 '절반의 책임론'이 부각됐다. '박정희 대 노무현' '이명박 대 노무현'의 대결 양상 같다는 지적은 숙지지 않았다. 미래 청사진보다는 과거의 흑백사진이 두드러진 부끄러운 선거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번 대선을 끝으로 과거에 매몰된 유세를 끝맺고 시대정신과 미래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내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대선은 특히나 대형 정책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정책 대결의 장이 되지 못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 등 큰 슬로건에서 박, 문 두 후보가 차별화되지 않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타개책이나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비한 안보 담론도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되지 않았다. 두 후보만이 내놓은 각각의 대표 브랜드가 사라졌고, 핵심 선거 이슈가 실종되면서 네거티브가 들끓었다. 복지 확대에 대비한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어려운 불필요한 검증만 오갔다. 안 전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 흡수를 위해 '정책 물타기'가 급조되는 모습도 보였다. 대신 분권형 대통령제, 국회의원 축소, 국민에게 돌려주는 공천 등 정치 쇄신 공약이 쏟아졌다.

구태 유세의 전형인 돈과 조직의 선거판은 퇴조하는 모습이다.

선거 때마다 불거진 돈과 관련한 불법 선거운동은 아직 적발된 바가 없고, 조직선거, 동원선거 논란도 사라졌다. 박, 문 두 후보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설(說)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팟캐스트 등에서 양산되고 일파만파 번지면서 첨단 소통수단을 이용한 선거전이 이뤄졌다. 특히 SNS의 위력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발휘되면서 새로운 유세로 진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빅2' 모두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호소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일었다. 그러나 '12시간 투표' 시간 연장에 대해선 양 진영이 이견(異見)을 보여 무산됐지만 차기 선거에서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서로 갈라졌던 지역주의 선거도 다소 완화된 모양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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