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어떻게 하십니까?"(조환길 대주교), "학교로 내려가 합니다."(성문 스님), "잘되겠지요. 국민을 도외시하는 정치는 잘될 수가 없지요"(대주교), "이젠 순수한 정치는 없지 않습니까?"(스님),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편합니다."(대주교), "좋은 대통령이 나올 겁니다."(스님)
12월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지역 불교계를 대표하는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이 18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를 찾아 환담을 나눴다. 성문 스님은 "이 땅에 예수님 오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성탄을 축하하는 바구니화환을 '대한불교 조계종 팔공총림 동화사' 이름으로 전달했다.
지역 종교계 두 지도자의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먼저 조 대주교가 화두를 꺼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 성경에도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습니다. 추정하건대 태양절에 빛으로 오신 예수를 기리기 위해 12월 25일로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성문 스님은 "부처님 탄신일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4월 초파일로 기리고 있지만, 남방불교에서는 2월로 정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다른 날을 기념하고 있는 등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라고 화답했다.
동짓날 팥죽 얘기가 나오자 함께 배석한 천주교 측의 이용길 총대리 신부, 박석재 사무처장 신부, 김성래 비서실장 신부 등과 동화사 각 부서별 국장 스님들은 천주교와 불교에서도 귀신을 쫓는 의식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성문 스님은 팥이 귀신을 쫓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고 하자, 조 대주교는 총대리 신부를 향해 "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훈훈한 나눔도 약속했다. 성문 스님은 이번 동짓날에는 팥죽을 맛있게 만들어서, 조 대주교를 비롯한 대구대교구 본관 식구들에게 꼭 보내겠다고 했다. 이에 조 대주교도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겠다고 답했다. 또 조 대주교는 성문 스님이 내년 팔공산 승시에 초청하겠다고 하자, "올해는 바쁜 일정 때문에 가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꼭 가서 차도 한 잔 하겠다"고 응했다.
지역 종교계 두 지도자의 만남은 30여 분 웃음 속에 이어졌다. 헤어질 무렵에는 성문 스님이 먼저 백제 금동 대향로 모양의 향로와 벨벳 목도리를 선물했으며, 조환길 대주교는 동화사 스님들에게 대구대교구에서 만든 수첩과 달력을 선물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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