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일본도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양적 완화'에 나서겠다고 함에 따라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오는 26일 총리 취임을 앞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윤전기를 쌩쌩 돌려 돈을 찍어 내겠다"는 직설적 표현으로 공격적 환율 정책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일본 경제를 침체의 늪에 가두고 있는 디플레이션과 엔고(高)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남의 나라 통화 정책을 시비할 수는 없지만 세계 경제가 과도한 통화 증발로 인플레이션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수출 산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수출 기업 789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동안 우리 수출은 엔고에 따른 고환율 덕에 경쟁력을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 수출 산업은 자체의 품질 경쟁력이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여전히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 수출 산업이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양적 완화를 우리 산업의 질적 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체질 개선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일본의 양적 완화가 우리 경제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엔화 약세로 일본의 수출이 늘면 일본 업계의 한국산 부품 수요도 그만큼 늘어 대일(對日) 수출도 활기를 띨 수 있다. 또 수입 물가의 하락으로 물가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모든 경제정책이 그렇듯이 일본의 양적 완화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갖고 있다. 어두운 면을 최소화하고 밝은 면을 최대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지혜와 대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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